(영상)'경선 불복' 나흘만에 수습…민주당, 다시 '원팀'
당무위 "이낙연 측 '이의제기' 수용 않기로…대선 위해 단합하자"
긴박했던 나흘간의 내홍 일단락…이낙연 '출구봉쇄 압박감' 작용
2021-10-13 19:10:00 2021-10-14 15:39:36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선 불복' 사태를 뒤로 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원팀'으로 뭉친다. 당무위원회가 13일 '무효표 이의 제기'에 관해 "당헌당규 유권해석에 문제가 없다"라고 결론짓자, 이낙연 전 대표도 승복 의사를 밝혔다. 지난 10일 밤을 시작으로 나흘째 민주당을 뒤집어놨던 내홍도 일단락된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명실상부한 민주당 대선주자로 추인을 받았다. 원팀 기조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긴박했던 나흘, 막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뉴스토마토> 취재로 복기해 봤다.
 
10일, 이재명 후보 선출과 이낙연 측 '불복'
 
10일 오후 6시, 이재명 후보가 20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11회차 경선(1~3차 슈퍼위크 포함) 누적득표율 50.29%를 확보,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이 후보가 당선자 수락연설문을 낭독하고 있을 무렵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이 후보가 본선 직행 기준인 과반(50.0% 이상)을 0.29%포인트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는 중도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무효표 처리를 문제 삼았다. 두 후보가 사퇴 이전 획득한 표를 유효표로 환산할 경우, 이재명 후보는 49.32%의 득표율로 과반을 넘지 못해 희망했던 결선투표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 후보가 선출된 지 불과 2시간여 뒤인 저녁 8시30분쯤 이낙연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홍영표 의원이 기자단에 한 통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 사람은 "캠프 소속 의원 전원이 긴급회의를 갖고 당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차례 대선후보 경선 후보의 중도 사퇴 시 무효표 처리가 결선투표 도입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걸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고 했다. 사실상의 '경선 불복'으로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11일, 중앙당에 '무효표 이의제기' 제출
 
11일 오후 이낙연 캠프에서 종합상황본부장을 맡은 최인호 의원을 필두로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여의도 중앙당을 방문, '당 대선후보 결정 건에 대한 이의 신청서'를 접수했다. 앞서 경선을 주관한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과 송영길 대표 등이 무효표 논란에 선을 그었으나, 이 전 대표 측은 이를 무시하고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송 대표와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 후보는 다급해졌다. 당 대선후보를 확정한 뒤 채 하루가 되지 않아 불복 선언이 나오면서 민주당 '원팀'가 기조가 깨질 위기에 놓였다. 특히 이 후보가 강성 친문과 중도층 흡수에 한계를 드러낸 마당에 원팀의 좌초는 민주당의 본선 승리에 먹구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0월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오른쪽)와 이낙연 후보가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순회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결과 발표 후 단상을 내려오며 지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오전, 이낙연 측 '당무위 소집' 요구에 송영길 '일축'
 
12일은 이 전 대표 측의 경선 불복이 최고점에 이른 때다. 송 대표가 거듭 무효표 논란과 결선투표에 대해 선을 긋자, 이 전 대표 측은 당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 선관위와 당대표는 무효표 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이번 논란의 핵심인 당헌당규 59조1항과 60조1항에 대한 유권해석은 당무위가 최종 권한을 가진다는 주장이었다. 이 전 대표 측 김종민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헌당규에 대한 유권해석의 최종적 결정권은 당 선관위원이나 당대표가 아니라 당무위가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선 불복'으로 민주당이 쪼개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도 나왔다.
 
반면 송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를 통해 이 전 대표 측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당무위를 소집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송 대표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도 "이미 당 선관위에서 (무효표 문제에 대해) 결정을 했기 때문에 추가로 법률적으로 이것을 다시 다룰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후보자가 사퇴한 경우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규정은 지난 18·19대 대선 규정에도 있었다"고 맞섰다.
 
12일 오후, 청와대 원칙론 표명에 당 기류 급선회
 
그런데 오후부터 기류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검찰과 경찰에 지시하면서다. 이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첫 언급이다. 뿐만 아니다. 이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당선자 회동을 요청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계획에 없다"면서 '당의 상황 정리'를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입장 발표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고 봤다. 민주당이 이 후보를 당의 대선주자로 선출한 직후 이 전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분당' 수준에 가까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 간에는 되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갈등이 치닫고 있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송 대표의 퇴진까지 요구하며 결선투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현 갈등은 당에서 봉합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밝히면서 이 전 대표 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청와대 압박에 민주당은 '당무위 불가'에서 입장을 전격적으로 선회, 당무위 개최 검토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4시를 넘겨 국회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민주당이 당무위를 소집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이날 오후 6시,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튿날 오후 1시30분 예정된 의원총회를 연기하고 당무위를 소집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의 '압박'에 사실상 송 대표가 손을 든 것이다. 

13일, 당무위 열었지만 이낙연 출구는 봉쇄돼
 
결국 운명의 13일이 됐다. 이 전 대표 측 일부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당무위를 통해 무효표 이의제기가 수용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객관적 상황들은 결코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우선 결정권을 쥔 당무위 의장을 송 대표가 맡고 있다. 무효표 문제의 당사자인 김두관 의원도 전날 이 전 대표를 향해 "(경선 불복을 주장하는)설훈 의원 뒤에 숨지 말고 승복연설을 하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 측의 당무위 소집 요구는 스스로 출구를 봉쇄하는 패착이었다. 당무위에서 무효표 문제가 수용되지 않으면 이 전 대표로선 승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당무위 결정까지 반발하며서 법적 대응으로 가는 건 경선 불복을 넘어 역적이 되는 길이였다.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캠프 소속 의원들은 당무위가 열린 이날 오전 8시 의원단회의를 열고 당무위 결정을 지켜본 뒤 승복하는 것으로 사실상 최종 입장을 정했다. 전날 저녁에는 홍익표 의원 등이 찾아가 이 전 대표의 수용을 이끌어냈다. 
 
이날 송 대표는 최고위에서 "비가 온 뒤 땅은 굳어진다"며 "당무위를 통해 민주당이 통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이었다. 당무위에 앞서 이 후보는 송 대표를 비롯해 당 원로들로 구성된 상임고문단과 간담회를 갖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을 다짐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실상의 당 대선주자로서의 원로들 추인이었다. 이 후보는 간담회에서 "민주당원 한 사람으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의 승리, 민주개혁 진영의 승리, 4기 민주정부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언중유골이었다. 
 
마침내 이날 당무위에선 이 전 대표 측이 제기한 무효표 이의 제기를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아울러 "대선을 위해 단합하자"는 메시지도 냈다. 당무위 결정 이후 이 전 대표 측은 결과를 예상했음에도 다소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은 당무위 결정 3시간 뒤에나 나올 정도였다. 정운현 공보단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효표 처리에 대해 당무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특별히 논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납득할 수 없는, 유감천만"이라고 글을 남겼다. 
 
결국 이 전 대표가 입을 열었다.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동시에 지지자들에게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재명 후보를 배척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남겼다. 이 후보도 "이낙연 후보님과 함께 길을 찾고 능선을 넘어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고 화답했다. 경선 불복 논란은 나흘 만에 수습됐다.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에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와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