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충동 약물치료' 선고 후 상당한 시간 지났다면 재심사해야"
2021-09-12 09:00:00 2021-09-12 09: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청소년 성폭행범이 실형 선고와 함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받았더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복역 후 성충동 약물치료 여부에 대해 집행면제 심사를 요구했다면 이를 들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은 성충동약물치료법 위반 혐의로 재구속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성충동약물치료법 35조 2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비춰 치료명령의 선고시점과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는 경우 집행시점에도 집행의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제도를 합헌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필수적 절차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기관으로서는 이 사건 집행 시도 당시 치료명령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한 피고인에게 집행면제 신청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개정된 법률(성충동약물치료법)을 그 취지에 맞게 합헌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12월 신설된 성충동약물치료법 8조의2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약물치료명령 집행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충동약물치료법 8조의2는 징역형과 함께 약물치료명령을 받은 자가 징역형의 집행 종료 무렵에 치료명령의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또한 “성충동약물치료법 14조 3항은 석방 2개월 전에 치료명령의 집행을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피고인은 이전 징역형 종료 이전에 준수사항 위반죄를 범하게 되고, 그 결과 석방과 동시에 다시 구금되면서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구금으로 인한 치료명령의 집행은 정지된다”고 봤다.
 
아울러 “이러한 집행 관련 규정들로 인해 피고인이 반복적으로 처벌을 받으면서도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이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이 사건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처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확정된 치료명령의 효력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집행기관은 피고인에게 집행 필요성에 대한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한 후 집행의 필요성이 있다는 결정이 나오면 그에 따라 잔여기간에 대한 치료명령 집행 여부를 정해 적법한 집행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013년 A씨는 13세 미만 청소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성충동 약물치료 1년을 명령 받았다. 5년의 복역을 모두 바친 A씨는 2018년 1월 출소에 앞서 치료를 받기 위해 2017년 10월 말 정신과 전문의와 치료감호 시설이 있는 공주치료감호소로 이감됐다.
 
그러나 A씨는 약물 부작용을 이유로 약물 투여와 부작용 검사 등을 모두 거부했다. 이후 성충동 약물치료법 위반 혐의로 2018년 1월 출소 당일 구속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형을 마친 A씨는 약물 투약 등을 또 거부해 2019년 7월 같은 혐의로 재구속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항소심에서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신설된 치료명령 집행면제 신청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집행된 치료명령은 위헌이거나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법원이 성충동약물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성충동약물치료법 8조 1항에 대해 집행시점에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법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시한을 2017년 12월 말까지로 정했다.
 
성충동약물치료명령은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인해 치료명령 집행 시점인 2017년 11월에 이미 그 효력이 소멸됐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그러나 원심 재판부는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치료명령 자체는 합헌이나 그 집행에 있어 집행 시점에서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에 한해 위헌적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인 바, 계속 적용을 하되 그에 대한 개선입법을 하라는 취지일 뿐”이라며 “따라서 개정 전 성충동약물치료법 8조 1항에 근거해 이뤄진 치료명령이 소급적으로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성충동약물치료법은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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