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정치' 비판 직면한 이낙연 '의원직 사퇴'
"호남 반격 노리고 지지층 압박하는 술수" 비하 이어져
2021-09-11 13:23:28 2021-09-11 13:26:10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의원직 사퇴 배수진을 친 가운데, 경쟁자 캠프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본회의 처리 과정 등을 감안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전무함에도 사퇴 의사를 고수, 지지층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각 캠프들은 공식 입장 밝히기는 꺼려했지만 취재에 응한 관계자들 대부분은 "정치 쇼", "구태정치"라고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이 후보 사퇴를 만류하고 있는 만큼 이쯤에서 거둬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캠프 핵심 관계자는 "서울 종로는 당내 경선 표를 달라고 버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거둬들여야 한다"고 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가)계속해서 악수만 두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6개월짜리 당 대표 출마를 시작으로 이재명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전략, 그리고 의원직 사퇴까지 모두 '이낙연 가치'만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과 함께 노무현 정신이 깃든 종로를, 지역민 의사와 상관 없이 던지겠다는 자세는 비판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한 캠프 관계자는 "적통을 말하면서 노무현의 종로를 버리겠다는 게 말이 되냐"며 "노무현에 대한 제2의 탄핵"이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구를 물려준)정세균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종로는 지난 1998년 15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노무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 지역이다. 정치적 숙적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사퇴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종로를 탈환할 수 있었다. 이후 종로는 한나라당이 16대(정인봉·박진), 17대(박진), 18대(박진) 등 내리 깃발을 꽂으며 민주당에 승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19대에 이르러서야 정세균 현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다. 계승자는 이낙연 후보다.
 
추미애 캠프는 아예 이 후보 공개 비판에 나섰다.캠프는 지난 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배인 정치 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며 "제대로 된 개혁을 하라고 180석 민주당을 만들어주신 국민의 뜻을 저버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굳이 호남을 (사퇴)발표 장소로 선택한 것이 호남을 지역주의의 볼모로 잡으려는 저급한 시도가 아니길 바란다"며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버리는 것은 스스로 정치인의 길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과거에도 의원직을 던진 이력이 있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과거 의원직 사퇴로 배수진을 쳐 당선된 이력이 있다"며 "이 경험을 살려 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4년 전남도지사 당내 경선 당시 '의원직 사퇴'를 내걸어 배수진을 쳤다. 승부수 끝에 경쟁후보였던 주승용 전 의원을 아슬아슬하게 꺾고 본선 후보가 됐다. 
 
이 후보의 의원직 사퇴가 처리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도 지적 대상에 올랐다. 국회법 제134조에는 "국회는 의결로 의원직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의결을 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출신의 박병석 의장이 의원직 사퇴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오스트리아를 순방 중인 박 의장은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의원 사직안을)처리하지 않는 게 국회 70년의 관행"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 전에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본회의에 상정할 안건을 조율한다는 점도 사퇴 처리를 어렵게 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두고 여야가 셈법이 다른 상황에서 이 후보의 의원직 사퇴까지 더해졌다. 무엇보다 국회 역사상 본회의를 통해 자발적 의원직 사퇴가 이뤄진 경우가 없다.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동료 의원의 사퇴 처리를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후보가 고리타분한 옛날식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국회의원들이 이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원직 사퇴를 하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8일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첫 순회 경선지였던 충청권 완패를 딛고 반격에 나서기 위해서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심장부인 광주에서 의원직 사퇴를 발표, 다가올 호남 대첩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또 하루 만에 의원실을 정리하는 등 진정성 피력에 집중했다. 이 후보는 다음주 중으로 종로를 찾아 지역민들을 만나고 사퇴에 따른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를 구할 예정이다. 또 국회의원 세비 등은 기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을 방문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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