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에 협력한 현지인들이 한국에 도착한 가운데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3년 전 '예멘 난민' 사태와 사뭇 다르다.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간인과 그 가족 377명이 지난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13명은 후발대로 출발할 예정이다. 입국자들은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 등에서 일했던 조력자와 가족들이다. 이들은 채용 당시부터 현지 정부기관을 통한 수차례 신원 확인을 거쳤으며, 오랜 기간 문제 없이 성실하게 근무한 사람들로 선별됐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도착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먼길 오느라 고생하셨다", "무사히 잘 왔다", "한국에서 평화 찾기를" 등 입국을 환영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입국자들 중 신생아 3명을 포함한 미성년자와 여성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발적인 모금과 기부에 나서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정치권에서도 환영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프간 조력자 입국을 환영한다"며 "사선을 넘어 오신 아프간인에 위로와 격려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SNS에 "아프간에서 우리정부 활동을 도운 378명의 협력자분들과 가족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현지인 직원 및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78여 명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예멘 난민 사태로 찬반 논쟁이 치열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당시 500명 넘는 예멘인들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들어왔다. 이후 '불법체류'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예멘인에 대한 무사증 입국을 불허, 이들은 정식 체류자격을 부여받기 위해 난민신청을 했다.
단기간 급증한 난민신청에 논쟁이 격화하면서 난민법과 난민 심사를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라인상에선 난민을 수용한 유럽의 사례를 언급하며 "난민 결사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난민을 들이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7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오프라인에선 '가짜 난민 OUT' 피켓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예멘인 난민 신청자 중 대다수가 20~50대 청장년층 남성인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반감이 크게 확산했다. 당시 정부는엄격한 심사를 통해 '허위 난민'을 가려내겠다고 밝혔고, 법무부는 신청자 중 2명만 난민으로 인정했다. 현재는 대부분이 예멘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입국에 대한 반대 여론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알앤써치가 지난 23∼26일 MBN·매일경제 의뢰로 아프간 난민수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수용해야 한다' 27%, '한국 정부와 관련됐거나 전문직 위주 선별 수용해야 한다'는 30%로 범찬성 여론이 다수를 차지했다. 아프간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31%로 나타났다.
영향력 있는 단체들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아프간 주민을 국내로 이송하고, 국내 아프간인들에 대해 특별체류 허가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시의적절한 조치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및 가족들이 탑승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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