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이른바 '백신 패스'를 도입하고 있다. 식당이나 체육관, 극장 등 다수가 이용하는 실내 시설을 이용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이다.
미국에선 뉴욕이 대도시 중 처음으로 실내 시설 이용자의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내놨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뉴욕은 미국에서 음식점, 체육관, 극장 등 다양한 실내 활동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최초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부터 뉴욕 내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야외 식사 등 실외 활동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 같은 방침은 학교 개학이 이뤄지는 다음달 13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모두가 이런(백신 접종 의무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보호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 도입을 식당과 버스, 지하철 등으로 확대한 '백신 패스' 조치와 비슷하다.
프랑스는 지난달 21일부터 극장, 박물관, 체육관 등 50명 이상이 모이는 문화·여가시설을 이용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증명서를 제시하는 방침을 도입했다. 오는 9일부터는 식당, 카페나 장거리를 이동하는 버스, 열차, 항공편을 이용할 때도 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이탈리아도 식당, 스포츠 경기장 등에 입장할 때 지난 9개월 동안 최소 1회 이상의 백신을 접종했거나 최근 6개월 사이 코로나19에서 회복했음 등을 입증하는 증명서인 '그린 패스'를 소지해야 한다.
벨기에 역시 오는 13일부터 1500명 이상 참여하는 야외 행사에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의 경우 내달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나이트클럽 입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터미널에서 한 승객이 코로나19 '그린 패스' QR코드가 표시된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는 백신 의무화 정책에 대한 대규모 반대 시위도 열렸다. 유럽인들은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고, 억압과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위에 참석한 일부 유럽인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에 대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은 너무 실험적"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유럽 국가 정부들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앞서 독일 국가윤리위원회는 백신접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에 대해 논의 끝에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상대적 이득을 주는 것이라면 괜찮다"고 결론낸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백신 접종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다만 간편한 증명을 위한 인프라는 갖춰진 상태로, 전자 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COOV)과 다중이용시설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통해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발급받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전자 증명서.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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