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지난 2019년 서울 노원구에 신혼집을 차린 직장인 A(34세) 씨는 최근 매일 같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올 초 집주인으로부터 계약갱신 거절 통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지난해 결혼한 자기 아들이 해당 아파트(58m²)에 들어와 실거주할 예정이라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때문에 A씨 부부는 오는 10월까지 아파트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A씨는 2억원이었던 아파트 전세가 현재 3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마음먹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올 연말 이직하는 마포구 직장과의 거리를 생각해 출퇴근이 가능한 오래된 아파트를 매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높은 집값에 한숨만 쏟아낸 채, 경기 부천시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역 일대 매물을 찾아 나섰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계약갱신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부 세입자들과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다시 한 번 아파트 매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넷째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전주(0.15%)보다 0.01% 포인트 확대된 0.16%를 기록했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작년 8월 첫째 주(0.17%)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처럼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에도 전세시장마저 불안해지자 지난해와 올 초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친 20·30세대들을 중심으로 2차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7.6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4월 둘째주(12일 기준)부터 16주 연속 기준점(100)을 웃돌고 있다.
해당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또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을 보면, 지난 5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867건으로 4월(1430건) 대비 3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비중 역시 30대가 36.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2030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1%에 달한다.
젊은층의 아파트 매수세가 갈수록 커지자, 정부도 연일 집값 고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시 한번 집값 고점을 경고하는 등 최근 두달 사이 다섯 차례 메시지를 내비치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6%로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6월22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상가 매매 안내문.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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