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징검다리를 하나씩 연결해 불가역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남북관계는) 실현 가능한,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양국 간 생길 수 있는 암초를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것도 하나의 징검다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비핵화"라며 "그런 징검다리들을 하나씩 놓아가면서, 암초를 제거해가면서 북한이 발표한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에 이르길 기대하고 갈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이 언급한 '징검다리'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남북이 8월 중 실무접촉을 거쳐 고위급 회담 등을 추진해 차근차근 관계복원과 신뢰구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수석도 "통신선 복원만으로는 충분한 대화와 협상의 수단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 남북 간 각급 실무협의 접촉을 해나가게 될 텐데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구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남북의 화해기류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메시지와 9월 유엔(UN) 총회, 추석 이산가족 화상 상봉 추진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남북한 UN 동시가입 30주년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광복절 메시지에서 '종전선언'을 구체화하고 9월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코로나19 방역과 식량지원 등 대북 인도적 지원도 미국의 지지를 받아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늦어도 11월, 이르면 10월 코로나19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각오다. 만약 집단면역에 성공한다면 대북 백신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인 여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정부가 현재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5종류, 총 1억9300만회(1억명)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30주년을 기념하는 외교 이벤트 가능성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도 살아있는 카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27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와 오찬을 함께하고 "교황의 방북 의사가 확실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면 정상외교는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유력하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잃어버렸던 남북관계 10년을 되찾아왔던 계기를 만들었지 않았나"며 "단계를 차근차근 해 나가면, 내년 2월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북한'의 이미지를 과시할 좋은 무대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우할 '암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8월로 다가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있다. 또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등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국내 목소리도 변수다.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 방역 상황 △미중 갈등 추이 △내년 3월 차기 대선 정국 등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징검다리를 하나씩 연결해 불가역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18일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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