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보험사가 보험 사기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상대방에게 이미 지급된 보험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 기간은 5년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입법 미비로 그동안 명확한 기준이 없었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그 기준을 사실상 처음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2일 교보생명보험이 A씨 등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 수익자 등을 상대로 낸 '보험계약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상사 소멸시효기간 5년을 적용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인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 등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때 소멸시효기간을 얼마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민사와 상사상 소멸시효기간은 각각 10년과 5년이지만 보험계약과 같은 상사계약이 무효인 경우 발생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해서는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해 보험계약이 민법 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 등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법 64조를 유추적용해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보험회사가 반환을 구하는 보험금은 상사계약인 보험계약의 이행으로 지급된 것"이라면서 "이런 종류의 사안은 다수의 보험계약, 다수의 보험회사가 관련되기 때문에 법률관계를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법 662조는 보험계약이 무효인 경우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반환청구권에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이 규정은 문언상 보험회사의 보험금 반환청구권에 적용될 수 없고, 보험계약 특성 등을 고려한 입법적 결단에 의한 것이게 때문에 확대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계약이 무효인 경우 당사자인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균형을 고려할 때, 보험회사의 보험금 반환청구권에만 장기인 10년의 민사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5년 3월 교보생명과 상해보험계약을 맺으면서 본인을 계약자 및 보험수익자로, 아들을 피보험자로 정했다. 이후 아들은 안면신경마비 질환을 이유로 2007년 1월부터 10년간 총 45회에 걸쳐 모두 849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에 교보생명은 보험금으로 A씨에게 5270만원을, 아들에게 385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그러나 A씨 모자는 교보생명과의 보험 외에도 다른 보험사와 비슷한 보험계약 9건을 체결해 보험사들로부터 총 2억 9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교보생명은 보험계약이 민법 103조가 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계약 해지와 함께 A씨 등을 상대로 보험계약 무효 확인과 지급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교보생명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봤다. 다만,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5년의 상사소멸 시효기간을 적용해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제외한 2376만원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쌍방이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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