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다'…배터리업계, 우수 인재 쟁탈전
LG에너지솔루션, 구인난에 직접 양성 나서
중국, 3~4배 높은 연봉 공세로 수백명 유출
2021-07-18 13:02:18 2021-07-18 22:31:17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국가 간 전문인력 모시기 전쟁도 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 경쟁력은 인재 확보에 달린 만큼 해외 업체들의 국내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물밑 작업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1위 업체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은 오는 11월 충북 오창2공장에 배터리 전문인력 조기 육성을 위한 교육기관 'LG IBT'를 설립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자체적으로 교육기관을 설립하려는 것은 당장 산업 현장에 투입할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차세대 전지 개발을 위한 경쟁력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만큼 재교육을 통해 직접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전세계 배터리 업체 중 전문교육기관을 신설하는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G를 비롯해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나머지 국내 K-배터리 업체도 인력 수급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열린 '인터배터리 2021' 행사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K-배터리 3사는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3사 중 유일하게 신입 공채를 유지 중인 삼성은 올 상반기 인재 채용을 완료했으며, 경력직은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LG와 SK는 수시 채용 방식으로 연구개발(R&D) 관련 신입·경력직을 채용 중이다. 
 
배터리 업계의 구인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2년간의 치열한 분쟁 끝에 극적 합의에 도달한 LG와 SK 양사 간 배터리 소송의 본질도 사실상 인재 확보 싸움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LG화학에서 근무하던 직원 수십 명이 SK이노로 넘어가면서 핵심 기술 유출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소송전으로 번진 것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바람까지 더해지며 국내 인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이차전지 연구인력의 경우 현장 수요 대비 석박사급 연구·설계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인력은 1810명 부족하다. 
 
스웨덴 스켈레프테아에 위치한 노스볼트 배터리셀 공장. 사진/노스볼트 홈페이지
 
기업으로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경쟁국으로의 인력 유출에 따른 우려도 상당하다. 중국은 물론 유럽·미국 등 배터리 후발 국가들은 국내 기업보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우수 연구개발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K-배터리 산업이 지난 20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만큼 국내 고급 인력을 통해 단기간에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의도다. 
 
국내 핵심 연구 인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로드맵을 완성한 회사도 있다. 지난 2016년에 설립된 스웨덴 전지 회사 노스볼트는 과거 자사 홈페이지에 약 30명 이상의 한국·일본인 기술자들이 자사 배터리 기술 로드맵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홍보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실제 노스볼트에는 최소 5~15년 경력의 LG와 삼성 출신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중국 업체들이 국내 수준보다 약 3~4배 이르는 연봉 조건을 제시하며 스카웃해간 인력만 수 백명이 넘을 것"이라며 "국내 일부 헤드헌팅 업체가 주축이 돼 중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까지 인력 알선을 돕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는 만큼 인력 유출에 따른 핵심 기술 유출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인난에 인력 유출까지 겹치면서 K-배터리 산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높다. 한때 소형 전지는 물론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했던 일본이 중국과 한국에 밀려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핵심 인력 유출이 꼽힌다. 
 
정부도 업계 인력난 문제 해소를 위한 전략을 내놨다.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2030 이차전지 산업 발전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1100여명에 달하는 배터리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해마다 배출되는 석·박사급 인력을 현재 50명 수준에서 내년 150명으로 확대한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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