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법무부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주요 사건 수사의 경우 기소 전에도 주요 수사 상황을 공보할 예정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관련한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합동감찰 결과를 바탕으로 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서다.
법무부는 법무부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즉시 개정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번 규정 개정은 △기소 전 공개 범위 구체화와 엄격한 기준 제시 △공개 여부 심의 시 고려사항 제시 △예외적 공표요건 명확화·구체화 △반론권 보장 △진상조사 근거 신설 등의 방향으로 추진된다.
개정된 규정은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호, 무죄 추정 원칙과의 조화를 위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가 신중히 의결하도록 공개 여부에 대해 수사 단계별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현행 규정에서는 위원회 의결을 전제로 하더라도 수사 중인 경우 수사 착수 또는 사건 접수 사실, 대상자, 죄명, 수사기관 명칭, 수사 상황 등 공개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 의결을 전제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수사 의뢰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소환 조사 △체포·구속 등 수사 단계별로 수사 상황을 공보하도록 한다. 이처럼 공보관을 통한 공개 확대로 언론의 특종 보도를 위한 경쟁 방지 효과도 꾀한다.
또 개정된 규정은 공개되는 내용이 △사건의 절차적 진행 경과인지 여부 △수사의 종결 여부 △내용적 사항인지 여부(사건의 본질적 사항인지 여부) 등 위원회가 공개 여부를 심의할 때 고려해야 할 착안 사항을 새로 제시한다.
이와 함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피의사실공표의 예외적 허용 요건을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피의사실이 공표되지 않도록 명확화·구체화한다.
우선 '공소제기 전이라도 2항 내지 4항이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형사 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9조에는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가 있는 경우'로 요건을 강화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 사기,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코로나19와 관련한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범죄로 인한 피해의 급속한 확산 또는 동종 범죄의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 테러 등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협이나 그 대응 조치에 관해 국민이 즉시 알 필요가 있는 경우 등으로 구체적 예시를 제시했다.
아울러 예외적으로 기소 전에 형사 사건에 대한 공보를 하는 경우 공보에 대한 피의자의 반론권을 제도화하고, 반론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필요한 추가 공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도 신설된다.
그 밖에도 인권보호관이 수사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는 경우 또는 직권으로 진상조사를 전담해 진행하고, 진상조사 결과 수사팀의 범죄 혐의 또는 비위가 의심되는 경우 수사 또는 감찰을 의뢰하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로 마련된다. 다만 수사 진행 도중의 감찰(수사) 의뢰는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수사 종결 이후 감찰(수사) 의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진정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른 대검 부장회의는 종료 후 45분 만에 특정 일간지에 자세한 의결 과정이 보도됐다. 이 내용은 이슈화된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누적 783건이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뿐만 아니라 주요 사건에 대해 이슈화된 시점부터 3개월간의 포털 사이트 뉴스 검색, 키워드별 뉴스 보도량을 측정한 결과 수원지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은 총 2937건,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사건은 1653건, 라임자산운용 사건은 1854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은 886건으로 나타났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합동감찰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번 개선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의 규범력을 제고할 것"이라며 "수사 동력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을 방지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