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국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가장 큰 곳은 제주도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 충격이 큰 지역일수록 최근 회복 속도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지역 간 회복 속도의 격차가 지속될 경우, 피해 지역 부진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주요 피해 지역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 대응 방안도 제시됐다.
29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 팬데믹의 국내 지역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의 경제적 충격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지역경제 충격의 분포는 지역별 산업 구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적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지역일수록 최근의 회복 속도 역시 부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발 경기침체의 국내 지역별 영향을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의 위기 이전 추세 대비 지난해 변화를 봤을 때, 제주도가 국내 지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다음으로는 인천, 울산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은 상대적으로 작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영향이 큰 제주 지역은 전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 폭의 2.5배에 달하는 GRDP 성장률 하락(9.0%포인트) 충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연 측은 지역별 경제적 충격의 분포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지역별 코로나 발병률을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두 지표 간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영향이 가장 큰 제주 지역은 인구당 발병률이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친 반면, 인구당 발병률이 두 번째로 높은 서울 지역은 경제적 영향이 비교적 작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산업연은 지역별 경제적 충격의 분포는 각 지역의 산업구조 차이가 주된 결정요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번 위기에서 집중적 타격을 받은 업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대체로 큰 경제적 충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대면형 서비스 업종인 음식·숙박, 문화서비스, 운수업 등은 이번 위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제조업 내에서는 석유·석탄 업종이 가장 부진했다.
제주 지역은 음식·숙박업 비중이 6.6%로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 운수업과 문화·기타서비스업의 비중은 전국 2위였다.
경제적 영향이 두 번째로 큰 인천은 운수업 비중이 10.9%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울산은 이번 위기에서 가장 부진한 제조 업종인 화학업종의 비중이 27.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9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 팬데믹의 국내 지역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제주도가 국내 경제침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팬데믹이 지역별 GRDP 성장률에 미친 영향. 자료/산업연구원
산업별 생산에 대한 충격을 보면, 광공업의 경우 서울, 대구, 제주의 순으로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
광공업 생산 충격은 지역별 코로나19 발병률과 다소 상관관계를 보였다. 서울과 대구에서 영향이 큰 것은 이들 지역의 인구당 발병률이 전국 1~2위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서비스 생산에 대한 영향은 제주, 인천, 강원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이는 각 지역의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주와 인천은 각각 음식·숙박업과 운송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강원 지역은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 비중이 전국 1위, 음식·숙박업 비중이 전국 2위였다.
소매 판매에 미친 영향은 제주 지역을 제외하면 대도시 지역에서 크게 나타났다.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이나 소도시 지역과 달리 대도시에서 소매 판매가 밀집된 형태(대형 쇼핑몰, 백화점 등)로 이뤄져 감염병 위협에 더 취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분기 지역별 GRDP 회복세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충격이 큰 지역일수록 최근 회복 속도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은 이미 위기 이전 추세를 상회하는 경기 회복을 보이는 반면 제주, 충남, 인천, 강원 지역은 아직도 위기 전 추세에 상당 수준 못 미치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위기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던 제주는 올해 1분기에도 GRDP 추정치가 이전 추세에 7%포인트 이상 못 미쳤다.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빠른 광공업의 경우에도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던 제주, 울산은 아직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역 간 회복 속도 격차에 대해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간 격차가 지속될 경우 직간접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두용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충격의 정도나 회복 속도에 차이가 크고 주요 피해 지역이 대부분 비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지역 간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역별 경기회복 추이의 모니터링을 통해 회복 속도의 격차가 지속될 경우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주요 부진 업종에 초점을 맞춘 지원을 통해 피해 지역의 경기 회복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지역 간 회복 속도 격차가 매우 크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주요 피해 지역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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