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하거나 백신여권을 도입하는 등 일상으로의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급증하면서 집단 면역 체계가 갖춰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로 불리는 '델타 변이'가 강한 전염성을 드러내면서 섣부른 일상 재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동부와 서부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와 뉴욕주가 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제를 대부분 철회하고, 경제활동을 전면 재개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이날 기업체·점포에 대한 수용 인원 제한과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주정부 가운데 가장 먼저 봉쇄 조치에 나선 지 1년 3개월여만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문객들이 도착한 친구를 반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캘리포니아 주민 4050만명의 46.6%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며 59%는 최소 1회 백신을 맞은 상태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대부분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대중교통, 병원, 보육시설, 교정시설 등과 대규모 실내외 이벤트 행사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미국 뉴욕주도 마찬가지로 코로나19 관련 규제 조치를 대부분 해제했다. 현재 뉴욕주는 성인의 70%가 최소 1회 접종을 마쳤다. 백신을 접종한 뉴욕주 주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쇼핑시설과 식당, 극장 등 상업시설을 비롯해 건설, 농업, 어업 현장에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인원 제한 등 방역 규제도 풀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주들이 가을께는 돼야 방역 규제를 전면 폐지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가 코로나19 규제를 공식적으로 해제한 것은 미국이 정상화 궤도에 완전히 올랐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유럽연합(EU)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지역 내 자유여행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EU 디지털 코로나19 증명서(백신여권)'를 도입하기로 했다. 백신 여권은 다음달 1일부터 12개월간 시행되며, 이를 소지한 여행자는 유럽 역내에서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하다. 백신여권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거나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온 사람, 코로나19에서 회복돼 항체를 가진 EU 거주자에게 발급된다.
이들 국가들이 백신 접종을 앞세워 일상 복귀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 등장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로 불리는 '델타 변이'는 인도와 영국, 중국, 미국, 아프리카, 스칸디나비아 등 전 세계 74개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델타 변이는 영국발 변이인 '알파 변이'보다 전염성이 60% 정도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국은 성인 인구의 80%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결국 오는 21일로 예정된 봉쇄 전면 해제 시점을 한 달 연기했다. 영국의 경우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이 델타 변이 감염이다. 미국도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이 2주마다 두 배로 늘어 전체 감염자의 10% 수준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지금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는 약 10% 수준이다. 이 비율은 2주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며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델타 변이가 장악하고 있는 것은 맞다. 올가을 접어들면서 델타 변이가 새로운 감염병 유행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백신을 2회 모두 접종할 경우 델타 변이에 감염되더라도 입원하거나 중증을 겪을 확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차례 모두 접종하면 델타 변이에 높은 보호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영국 잉글랜드 보건국(PHE)이 최근 델타 변이 감염 사례 1만4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화이자 백신을 2회 모두 접종한 사람은 입원 치료 위험이 96% 낮았다. AZ 백신은 이 위험이 9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있는 한 식당 야외 공간에서 사람들이 식사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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