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 보장해야"
"비엔나 협상, 공관 안녕·품위 유지 위한 개괄적 의무"
2021-06-09 17:12:00 2021-06-09 17:12: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미국 대사관저 앞 평화적인 1인 시위를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에게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업무 담당 경찰들을 대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미국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비판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7명이 지난 2019년 10월 25일부터 같은달 25일부터 27일까지 3일 동안 미국 대사관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했다. 
 
이들은 '미국에 방위비분담금 한푼도 줄수 없다' '정의로운 대학생 4명을 석방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다가 미 대사관저 정문 앞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1인 시위를 저지하고 릴레이 시위 현장을 촬영한 사람 카메라를 강제로 압수하려 했고 관련 영상도 삭제하라고 했다. 
 
이에 진정인은 "경찰관들이 미 대사관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피해자들을 제지하고, 이를 촬영한 카메라를 강제로 압수해 영상을 지우게 한 것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 측은 "(피해자) 주변에 진정인 등 3명이 동행하고 있어 1인 시위로 보기 어려웠다"며 "월담사건 이후 미 국무부 등이 한국 정부에 미 대사관에 대한 보호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해서 피해자에게 정동 분수대 방면 인도로 이동해 1인 시위를 진행하도록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1인 시위는 본질적으로 다수인이 참여하는 집회나 시위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간 SNS에 활용하고자 릴레이 형식의 1인 시위 및 시위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는 협조자가 있는 경우 1인 시위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1인 시위자 옆에 다수인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시위 현장에 머물렀다 해도 시위를 조력하는 것에 불과하고 다중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것에는 미치지 않았다면 집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상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경찰의 주장에는 "협약은 공관 지역을 보호하고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개괄적이고 일반적인 의무를 의미한다"며 "공관 지역에서의 1인 시위를 금지하는 등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지난2019년 10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주한미국대사관저 무단 침입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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