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민연금이 최근 경기민감주와 성장주의 비중을 줄이고 경기방어주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내 수출 증가율이 32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국민연금이 경기민감주 비중을 줄인 것이다. 경기방어주는 주가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좋아 하락장에서 선호되곤 한다. 이에 일각에선 국내 증시 조정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일 유가증권시장 19개 기업의 ‘주식소유 상황보고서’와 10개 기업의 ‘주식소유 상황(약식)’ 보고서를 공시했다. 주식소유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은 대체로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낮췄으며, 음식료, 렌탈, 통신 등 경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경기방어주의 비중을 높였다.
최근 국내외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경기방어주 비중을 높인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국내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품목들이 골고루 선전했다. 반도체 수출은 11개월 연속 증가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자동차 수출 증가율(93.7%)은 14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경기민감주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경기가 좋을 때 판매량과 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만큼 경기 활황에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방어주는 경기 변동이나 금리, 환율 등 대외 변수와의 주가 상관도가 낮다. 이 때문에 변동성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곤 한다.
반면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경기민감주들은 주식 비중을 줄였다. 국내 대표 철강주인
POSCO(005490)의 주식을 89만5134주 매도해 보유 지분을 11.78%에서 0.75%로 낮췄고, 2차전지 관련주인 SKC와 LG화학의 지분을 각각 1.04%포인트, 1.00%포인트 줄였다. 포스코케미칼 지분도 0.2%포인트 줄였다.
전체적으로 경기민감주 지분 축소와 경기방어주 지분 확대가 두드러졌다. 다만 실적 서프라이즈 기업이나 원전·건설 등 상승 이슈가 있는 종목들은 지분을 늘리고, 급등주를 매도하는 등 단기 차익을 위한 매매 모습도 보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S-Oil(010950)의 지분을 1.28%포인트 늘렸고, 원전·건설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은
한전기술(052690),
한전KPS(051600),
현대건설(000720)의 비중도 높였다. 자사주 소각 및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SK텔레콤은 경기방어주로 통하지만 비중을 줄였다.
국민연금의 경기민감주 비중축소 및 경기방어주 비중확대는 연기금 수급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연기금은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와 의약품 지수에서 각각 2025억원, 2596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전기전자 지수에선 9643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기방어주의 경우 배당성향이 강하고 증시가 하락할 때 주가 방어에 유리해 일반적으로 하락장에 선호된다”며 “조정장 후반부에 경기방어주의 수익률이 좋은 만큼 조정장이 당분간 더 이이질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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