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장기균형상태의 실업률을 의미하는 ‘자연실업률’이 금융위기 이후 상승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실업자가 늘기 보단 기존 실업자가 실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실업자 집단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구직기간별 실업자 분포를 이용한 자연실업률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연실업률은 3.9% 내외로 추정했다. 2000년대 추세적 하락을 보인 자연실업률은 2012년 3.3% 안팎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자연실업률이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 실업률을 의미하며 코로나19 사태 등의 경기흐름과 관계없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장기균형상태에서의 실업률을 의미한다. 통상 자연실업률보다 실제 실업률이 낮으면 경기가 좋고, 자연실업률보다 실제 실업률이 높으면 경기가 좋지 않다고 본다.
보고서를 보면, 2000∼2020년 동안 매월 평균 35만명이 구직 활동을 하는 등 신규 실업자가 유입됐다. 이들의 유입 규모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다. 따라서 자연실업률 상승은 신규 실업자가 늘기보단 기존 실업자가 실업 상태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실업자 집단에 머물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구직기간별 자연실업률을 보면, 구직기간 1개월의 단기 자연실업률이 금융위기 이후 소폭 하락한 반면, 2개월 이상의 자연실업률은 추세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4~6개월의 장기실업률 추세 상승이 자연실업률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개인특성별로 보면, 여성과 노년층의 자연실업률 상승이 전체 자연실업률의 상승을 견인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지난 10년간 크게 증가한데다, 노년층의 경우 은퇴 이후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경향이 커진 영향이다. 즉, 취업자가 늘었지만 역으로 실업자도 많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되다.
아울러 단기 실업의 경우 노동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마찰적 실업이지만 장기 실업의 경우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는 게 한은 보고서의 설명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금융위기 이후 두드러지는 장기실업률 상승은 숙련편향적 기술진보와 같은 경제구조의 변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적자본 손실, 미스매치 증가 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장기실업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2013~2018년 중 미스매치 실업률도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구직기간별 실업자 분포를 이용한 자연실업률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연실업률은 3.9% 내외로 추정된다. 사진은 구직자들이 구직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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