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 종말)④"한국, 걸음마 탈출 정부 손에 달렸다"
국내 전력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 5% 불과
높은 발전 단가·낮은 주민 수용성 '걸림돌'
"신재생에너지 확대 앞서 전력망 구축 필요"
2021-05-31 06:04:18 2021-05-31 06:04:18
[뉴스토마토 김지영·권안나 기자] 세계적인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도 정부 주도 아래 친환경 에너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태양광을 제외한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특히 수소와 풍력 같은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에너지원은 기업 참여를 이끌기 위해 정부가 나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8일 발표한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전력량 57만5269GWh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3만1057GWh로, 전체의 5.4%로 집계됐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전통 에너지원인 기력(화력)과 원자력발전으로, 각각 32.9%, 27.8%다.
 
2019년 신재생에너지 전력량도 전체의 5.2%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 전력량은 최근 5년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비중은 아직 3~5%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은 특히 최근 들어 중요성이 커지는 수소와 풍력 분야에서 아직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상풍력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부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됐음에도 기업들이 진입을 망설이고 있는 주요 이유는 시장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큰 잠재력에도 높은 발전단가, 낮은 주민 수용성 때문에 보급이 지연되고 있어 확대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세계적으로 커지는 사운데 국내 수소와 풍력 분야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두산중공업 해상 풍력기. 사진/두산중공업
 
기업들이 풍력발전 투자를 망설이면서 한국은 해외 업체들과 비교해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수소의 경우 생산-저장-이송-활용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차와 연료전지 같은 활용 분야에만 정부의 투자가 집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월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가 협력을 맺고 친환경 수소 생산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큰그림만 그렸을뿐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제시하지 못했다. 마틴 탠글러 블룸버그NEF 선임 연구원은 지난해 9월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한국과 일본은 자체적인 수소 생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일정량의 수소를 해외에서 배로 수입해야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의 수소 생산 비용이 세계 평균보다 약 50~70%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학계에선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일 전력망에서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의 전력망 체계에서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양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전력망 체계를 만들고 그에 맞는 시장 구조와 운영 기준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용 전기 생산 수요가 많아 변동성이 큰 발전 방식에만 의존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영국 등 몇몇 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에너지원을 따져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어느 쪽에 비중을 둘지는 비교표를 그려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권안나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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