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한령으로 국산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이 장기간 중단된 가운데 새로운 심사 기준이 등장했다. 사실상 진입 장벽을 한층 더 높인 이번 조치에 게임업계에서는 "기약없는 기다림만 늘었다"며 허탈감을 호소했다.
28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선전부는 지난달 '게임 심사 채점 세칙' 문서를 배포했다. 이에 따라 이달 1일부터는 새로운 채점 제도를 기준으로 게임 판호 발급 심사가 진행 중이다.
'게임 심사 채점 세칙'은 게임 최종 심사를 마친 후 심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해당 게임에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채점된 점수는 판호 발급의 기준이 되는데, 3점 이상을 받아야 판호 승인이 가능하며 동일 조건 아래에서는 4점 혹은 그 이상의 게임을 우선순위로 승인한다.
세부적으로는 △관념지향 △원조창작 △제작품질 △문화적의미 △개발정도 등 5개 항목에 대해 평가를 한다. 채점 범위는 항목당 0~5점으로 3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만일 어느 한 항목에서라도 0점을 받으면 불합격이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 정부는 "업계의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이번 채점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 게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더 높이 쌓은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임 주제, 플레이어의 역할 등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 여부', '게임 중 중화 우수 문화를 전파 또는 확산 가능 여부' 등을 평가하는 채점 기준은 '자국 우선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 판호가 발급됐을 때만 해도 게임업계에서는 기대감이 한층 고조됐다. 약 4년만에 국산 게임에 판호를 개방해 한한령 해제의 시그널로 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제자리였다. 게임 저작권 등을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양도하는 등 편법으로 외자 판호를 발급받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리스크가 커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다.
게임업계 종사자는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기준이 점차 까다로워져 외국 기업은 물론 중국 현지 기업들에게도 어려움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판호가 풀리길 기대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판호 발급이 중단되기 전 중국에 진입해 현재까지 서비스 중인 게임들은 막대한 이윤을 창출 중이기 때문이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가 대표적인데,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8900억원, 영업이익 7550억원을 기록했다. 무려 85%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은 중국 시장 덕분이란게 업계의 평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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