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법정에 섰다. 미중간 패권전쟁 등으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삼성은 반복되는 재판에 사법리스크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2일 오전 10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한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1차 공판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이 부회장이 법정에 출석해야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지 94일 만에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당초 재판은 지난달 2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총수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이날로 미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새로운 재판을 받으면서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여러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재판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추가로 새로운 재판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정쟁을 벌이는 가운데 총수 부재로 자칫 국내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 백악관이 진행한 글로벌 반도체 화상회의에서도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은 수감중인 총수 이재용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장(사장)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 회의를 연 표면적 이유는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 논의였지만 실제로는 미국 투자 압박을 위해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목적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대만 TSMC, 인텔이 잇따라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결정을 밝힌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그는 "반도체는 4~5년 앞을 미리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차세대 반도체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례적으로 종교계에서도 기업인의 선처를 호소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의 모임인 주지협의회는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등에 탄원서를 보내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전문경영인이 조단위의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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