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자치구들에 남녀 직원 모두 참여하는 ‘성평등 숙직’이 뿌리내리고 있다.
4일 각 자치구에 따르면 기존에 남직원은 숙직에 참여하고 여직원은 숙직에서 제외되던 문화를 깨고 최근 몇 년 사이 남직원과 여직원 모두 숙직에 참여하는 자치구가 늘고 있다.
기존에는 적은 인원이 야간 순찰과 악성 민원인을 마주해야 해 상대적으로 덜 무서워 한다는 이유로 남직원들로만 숙직인원을 편성했다. 여직원들이 임신과 가사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당연히 여직원 숙직실도 없었다.
하지만, 전체 직원 성비에서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많은 여초 현상이 빚어지면서 기존 숙직 제도로는 남직원들의 숙직주기가 너무 짧아져 남직원들의 불만이 늘어났다. 숙직 후 대체휴무로 인해 일과시간에 잦은 업무공백이 생기니 동료 여직원까지 간접적으로 피해를 호소했다.
성평등 숙직 정착에 성공한 대표적인 곳이 양천구다. 양천구의 현재 성비는 여직원 56%, 남직원 44%로, 하위직으로 가면 6:4까지 늘어난다. 양천구는 2016년 한 남직원의 제안으로 희망 여직원을 신청받아 50여명만 주 1회 목요일 숙직에 투입했다. 기존 숙직실과 별도로 여직원 숙직실도 갖췄다.
취지는 좋았지만, 목요일에 숙직을 하면 금요일을 대체휴무로 주말까지 쉴 수 있다. 이로 인해 ‘꿀당직’ 논란까지 한 때 휩싸였다. 하지만, 양천구는 논란을 딛고 여직원도 충분히 숙직할 수 있다는 내부 소통을 거쳐 2019년 남녀 숙직 통합편성을 시작했다. 요일 구분을 없애고 동등하게 숙직인원에 투입했다.
숙직주기를 늘리고 숙직 전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숙직전담직원 2명을 뽑아 숙직전담제로 보완했다. 기존에 심할 경우 한 달 반만에 돌아오던 숙직주기가 현재 100일 안팎까지 늘어났다. 단, 육아·장애·질병 직원은 숙직에서 제외한다. 여직원 50여명 외에도 남직원 3명이 육아를 이유로 숙직에서 제외돼 일직만 서고 있다.
김수영 구청장은 “처음엔 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야 하기 때문에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목요일에 희망인원부터 시작했다”며 “그렇게 하다가 지금은 남직원, 여직원 다 참여하고, 육아 등으로 어려운 사람만 신청받는다”고 말했다.
마포구도 2017년 처음엔 여직원 숙직 신청제로 희망인원에 한해 숙직에 투입했다. 마찬가지로 목요일로 시작해 반 년 가량의 시범운영을 거쳐 이후부터 월~목요일 중 희망요일에 배치했다. 희망인원이 많지 않아 여직원 숙직주기는 최장 280일, 남직원은 최장 65일의 불균형이 여전했다.
마포구는 이후 여직원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해 2019년부터 혼합당직근무제를 도입해 3년차를 맞이한 현재는 정착했다. 현재 마포구의 숙직주기는 남녀 모두 75일로 동일하다. 장애·질병을 가졌거나 36개월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은 숙직에서 제외된다.
영등포구는 숙직전담직원을 대거 뽑아 성평등 숙직을 실현했다. 2016년부터 남녀 통합편성을 한 대신 숙직전담직원 5명을 채용했다. 숙직전담직원이 5명이나 되는 덕분에 기존 남직원, 여직원 모두 통합편성하더라도 숙직주기가 6개월까지 늘어났다. 남직원만 숙직하는 다른 자치구의 숙직주기가 두 달 남짓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성평등 숙직이 자리잡으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불만 대신에 남직원과 여직원 간의 이해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마포구의 한 여직원은 “야간에 순찰돌 때 혼자 돌면 조금 무섭긴하지만, 여직원도 숙직에 참여하는 것이 성평등에도 맞고 거부감은 없다”며 “여직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한 남직원은 “업무공백이나 생체리듬 붕괴 등의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숙직 부담을 덜어 좋다”며 “여성들도 숙직을 하고 나면 다음날 쉴 수 있어 크게 반발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양천구청에서 직원들이 야간숙직을 하고 있다. 사진/양천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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