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돌아오는 카드 수수료 재산정이 시작됐다. 수수료 원가분석을 위한 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수료 재산정은 결제 서비스에 투입하는 비용이 변동하는 것을 감안해 수수료를 재측정하자는 게 골자다.
올해 본격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벌써 말이 많다.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미 코로나 장기화로 금융권이 수혜를 입었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그런 맥락에서 카드사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전년과 달리 일제히 개선됐다. 이와 달리 가맹점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영업 제한 조치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장기화로 당분간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간극을 법으로 메워 협의에 반영시키려 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만큼 가맹점 수수료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게 근거다. 정치권에선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우대 수수료율'을 꺼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연간 매출액 2억원 이하 소상공인에 추가 요율 인하를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중소가맹점에 1만원 이하 소액카드결제에 대해선 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내놨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은 법안이라도 효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업계에선 수수료율 추가 인하는 실제 효력이 없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이미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 수준이라서다. 실제 연매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인 가맹점만 해도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실질 수수료율은 0.1~0.4%다. 1년에 약 5억원 매출을 기록한 가맹점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는 5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부작용이다.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반대급부로 소비 시장이 침체될 수 있어서다. 이미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 악화가 예상되자 혜택이 큰 카드를 단종시키고 있다. 올 초만 해도 50여개 달하는 카드가 사라졌다. 카드 혜택이 줄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꺼린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시 카드 혜택이 상당폭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기적인 소비 활성화에 대안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카드 혜택을 줄여 가맹점에 지원하려고 하는 것보다 카드사가 중소가맹점과 협업해 소비 증대를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카드사와 가맹점의 관계를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봐선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다. 대증요법이 아니라 소비 선순환을 이끄는 큰 그림의 정책이 필요하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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