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이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85조원에 이른다. 쿠팡은 2014년 중국의 알리바바 이후 미국에 상장된 최대 규모의 외국기업이 됐다. 쿠팡의 본사가 미국에 있어 국적 논란은 있지만,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증권거래소에 태극기가 크게 걸린 것은 감동적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영업하고 있는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주목받고 높게 평가받는 것에 모두 놀랐다. 한국 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돼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쿠팡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과 비교할 때 적정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은 창업 이래 적자가 지속돼 왔으며 2020년도에도 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8500억원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63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쿠팡은 과대평가됐다. 매출 대비 기업가치 기준으로도 쿠팡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이처럼 높게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도 이런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쿠팡과 같은 벤처기업의 시장가치는 성장잠재력에서 나온다. 쿠팡은 지난 10년동안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추세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여 왔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전년보다 91% 증가한 13조2000억원의 매출액을 실현했다.
2010년에 창업한 쿠팡은 전자상거래 성장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이행해 승기를 잡았다. 온라인 디지털 시대에 전자상거래가 대세인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에 집중해 투자하고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을 키우는 기업은 없었다.
쿠팡은 이런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처음에 티켓몬스터, 위메프와 같이 소셜커머스로 시작했다가 과감하게 온라인 유통업으로 전환해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했다.
쿠팡을 폄하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몇조원의 투자를 받으면 쿠팡처럼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그건 절대 아니다. 직매입을 확대하고 자체 통합물류시스템을 구축하며 로켓배송을 시도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유통업에서 매입, 물류, 배송, 서비스의 전 과정을 직접 이행하는 기업은 드물다. 비용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쿠팡은 기존의 경쟁자들이 기피한 고위험의 사업모델에 집요할 정도로 투자해 고객서비스를 차별화한 것이 오늘날 성공의 비결이다. 자본과 혁신의 힘이 결합해 고위험의 투자를 고수익의 결실로 구현한 것이다.
쿠팡이 온라인 소매업을 통해 계속 높은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경쟁업체들은 쿠팡에 대항해 온라인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쟁취하고자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롯데쇼핑과 같은 유통업의 전통적 강자들은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협업을 강화해 연합전선을 펼치려는 노력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1번가와 아마존의 전략적 제휴, 네이버와 이마트의 지분교환, 이베이코리아의 M&A 등이 경쟁판도를 바꿀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며, 특히 출혈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규모를 키워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쿠팡의 미래성장은 고객기반과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에 달려 있다. 쿠팡의 유료회원제 ‘로켓와우’의 가입자는 470만명이며, 최근 3개월 내에 쿠팡에서 한번이라도 물건을 산 고객 수가 1485만명에 달한다. 전국민의 3분의1이 쿠팡의 고객인 셈이다. 소비자들이 쿠팡을 찾는 이유는 신속 배송과 간편 반품·환불 서비스에 있다.
소비자를 사로잡는 쿠팡의 능력이 다른 서비스 영역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신선식품의 로켓프레시, 음식 배달서비스 쿠팡잇츠를 출범시키고 있지만 아직 차별성이 입증되지 않고 있다.
쿠팡이 이번 기업공개에서 조달한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관건이다. 새로운 사업영역의 개척은 단지 자본만 투입한다고 성공할 수 없다. 각각의 서비스 분야마다 강력한 선점자가 버티고 있어 쿠팡이 신규 진입해 자리잡기 쉽지 않다. 온라인 쇼핑에서 보여준 혁신의 힘이 다른 서비스 영역에서도 통해야 쿠팡의 기업가치가 타당한 것으로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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