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기업가여, '행복'하시라
2021-03-18 06:00:00 2021-03-18 06:00:00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기업의 환경은 불확실하고 업종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안정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코로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지만 중소기업 대표나 소상공인의 입장은 다르다. 잘되는 기업이야 모르겠지만 문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정이다. 일부는 경영난으로 급여조차 제때 주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미만으로, 영업해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비중이 2019년 14.8%(3475곳)에서 2020년 5033곳(21.4%)으로 늘어났다. 많은 사장님들에게 사업목표를 물으면 ‘매출증대’를 이야기하지만 일부는 현재 상황이라도 유지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 한다.
 
기업의 어려움은 곧 기업가의 어려움이다. 기업가들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다”, “남처럼 편하게 살고 싶다”고 푸념하는 이도 흔하다. 하지만 어쩌랴, 꿈과 비전을 가지고 펼쳐놓은 장을 쉬이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이 성장하든 현재 상황을 유지하든 기업가들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기업내외 개개인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장님들 중에는 “사업이 잘되면 직원들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싶다”거나 “직원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벤담(Jeremy Bentham)의 공리주의(功利主義)를 실현하려는 마음이다. 기를 쓰고 사업하는 이유가 그저 살아남아 경쟁에서 이기거나 보란 듯 돈을 벌겠다는 것이라고만 한다면 너무 삭막하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자신과 가족, 조직구성원들이 행복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게 목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가 스스로의 행복이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가들이 일에 허덕이며 행복에 대한 인식조차 못하고 지낸다. 안타깝지만 행복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우선 행복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행복을 최종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기업가에게서 “기분이 좋다”, “보람이 있다”, “잘했다”와 같은 표현이 자주 나온다면 이것이 행복의 단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일시적인 만족 상태를 행복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만족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가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경쟁 승리나 영업실적 달성과 같은 성취감에서 얻어진다면 일희일비하기 쉽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자기절제와 평정의 상태가 지속돼야 한다고 한다. 안정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경쟁에서 이기고 더 많은 부와 권력을 가지면 행복이 얻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 요소가 반드시 주관적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는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다. 마치 조선시대의 왕이나 현대의 권력가라고 모두 행복하고 일반 사람들이라고 다 불행한 것이 아니듯 말이다.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주관적이다. 그렇기에 개인은 각자의 행복을 고민하고 찾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적정수준에서 향유하는 게 행복의 열쇠다. 어느 하나에서 최고를 가져야 한다기보다 골고루 갖추고 만족하면 된다는 것이다.
 
조선 왕으로서 세상 부러울 게 없던 태종과 즉위 2년 만에 물러난 형 정종의 이야기는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태종은 스스로 왕위에 올라 18년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양위 후에도 군권을 지니며 기세등등했다. 반면 그의 형 정종은 왕이 되었다가 2년 만에 물러났다. 그러나 정작 태종은 정종의 행복한 삶, 즉 부친·부인·형제·자식과의 원만한 관계에서 오는 균형 잡힌 삶을 부러워했다. 정종은 19년의 여생을 평안하게 살았다. 태종은 말년에 정종의 모습을 따라 살고자 노력했다. 역사에 강렬하게 기록된 만큼 재위기간도 길고 권력도 막강했음에도 말이다.
 
이는 기업가들에게 시사점이 크다. 흔히 왕에게 막강한 권력이 최고라 여겨졌다면 기업가에게는 막대한 부가 최고라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에 기업가의 삶이 치중되어 있다고 행복할까? 일반적으로 돈이 많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아진다지만 이는 개인마다 일정한 수준이 되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에서 1만2000명의 대학생들의 19년 뒤 인생만족도를 조사했더니 부자를 목표로 한 학생보다 다른 성공요인을 더 중요시 했던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결국 기업가들이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의 비결이다.
 
이의준 사단법인 한국키움경제포럼 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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