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증권사들이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부 기관 출신을 대관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사외이사 44명 가운데 29명(65.9%)이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까지 사외이사 선임안을 공시한 증권사를 기준으로 보면 관료 출신 인사가 대거 영입되는 분위기다.
작년 3월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던
삼성증권(016360)은 올해 신임 사외이사로 관료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낙점했다.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제5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바 있다.
삼성증권은 임 전 위원장에 대해 “사외이사 후보군으로 관리되던 인물로, 금융위원장 재임 중 금융소비자보호법 초안 마련에 관여하는 등 증권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면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았지만, 금융감독원 증권시장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정용선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기로 했으며 KB증권은 민병현 전 금감원 금융투자감독 국장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윤석남 전 금융감독원 회계서비스국장과 강장구 카이스트 금융대학원 교수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로는 행정관료 출신인 손인옥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재선임할 계획이다.
현대차증권은 “손 후보자는 30여년 간 행정관료로서 총무처,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종사하면서 경제·공정거래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고, 윤 후보자는 20여년 이상 증권감독원과 금융감독원에 종사한 후 회계법인 고문과 타 증권사의 감사총괄 등을 역임해 금융분야 관련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다”고 추천 배경을 밝혔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말부터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법이 시행되면서 금융당국과 신경전을 본격 벌이게 된다. 당국을 상대로 한 대관 업무 등에 관 출신이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무·회계 분야 전문가들의 등판도 눈에 띈다. 올해부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적용이 의무화된 데다 상법 상 감사위원 중 1명은 재무·회계 분야 전문가로 둘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008560)은 이상철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로 결정했으며 대신증권은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진에 새롭게 포섭했다. 이밖에 교보증권은 이석기 상임고문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한편 삼환기업에서 자금·회계 담당임원을 역임한 윤예준 전 조은저축은행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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