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올해 초등학교 6학년들부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받을 수 있게 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경기 갈매고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종합 계획에 따라 오는 2025년부터 고등학교의 수업·학사운영이 기존의 ‘단위’에서 학점 기준으로 전환된다. 학습량 적정화와 운영 유연성 제고를 위해 졸업 기준이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조정된다. 17차례 수업이 1단위를 이루고, 16회 수업이 모여 1학점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졸업에 필요한 수업 시간이 400시간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아울러 졸업 요건이 세분화된다. 현재는 과목을 막론하고 각 학년 수업 일수의 3분의2를 충족하면 되지만,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에는 각 과목마다 전체 수업의 3분의2 이상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업성취율의 확대 적용이 특징이다. 지난 2019학년도부터 보통교과 진로선택과목에만 적용하고 있는 절대평가제인 성취평가제를 2025학년도부터 전체 선택과목에 도입한다. 석차등급제를 유지하면 높은 점수를 얻으려고 자신의 선호와 맞지 않는 과목을 수강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기초 학업에 가까운 공통과목의 경우 성취도와 석차등급을 모두 병기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
고교생은 과목마다 성취평가율 40% 이상을 달성해야 하고, 기준 미만의 성취율에는 미이수를 뜻하는 '성취도 I'를 부여받는다. I 성취도를 받은 학생은 해당 과목을 압축한 보충이수를 통해 이수 등급 중 가장 낮은 성취도 E를 취득하게 된다. 과목을 통째로 다시 듣는 재이수는 장기적 도입을 검토한다.
개별 학교에서 수강생이 너무 적어 과목이 열리지 않는 일을 방지하는 공동교육과정도 활성화한다. 공동교육과정은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 수급이 어려워 개별 학교에서 개설이 힘든 '소인수과목' 등을 2개 이상 고등학교가 공동으로 개설해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변화의 폭이 상당한만큼, 이번 제도 변경이 새로운 서열화, 내신 관리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4~7일 전국 교원 2399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성취평가제의 단점(복수 선택)으로 ‘변별력 확보의 어려움’(61.7%), ‘내신 부풀리기 현상 우려’(52.9%)가 꼽혔다.
이날 발표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유 부총리는 "유형화된 학교가 학생을 선발한 결과로 나타나는 학교 서열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통과목은 평가 기준이 객관적으로 정해진데다, 학생이 개별적으로 심화 과목 듣고 선호하는 영역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에 변별 방식을 따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경기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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