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어두운 역사이지만 소통하고 기억하며 극복해야 합니다.”
3일 서울 남산 예장자락 역사재생사업 현장, 서해성 서울역사재생총감독은 이날 현장점검 내내 역사재생이 고발이나 비판이 아닌 소통과 기억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장자락 역사재생사업의 최초 프로젝트 이름도 ‘남산의 광복’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했음에도 시민 왕래가 막혔던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지난 116년간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되살리자는 취지다.
남산 예장자락은 역사재생사업을 거쳐 오는 5월 시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조선시대 군사훈련시설이 자리했던 예장자락 일대는 일제강점기 들어 조선총독부 관저터가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출입이 막혔다.
이후 해방이 된 공간에는 군사독재 시절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민청학련 사건 등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취조와 고문이 이뤄지기도 했다. 특히, 악명 높았던 6국은 고기 육자를 써 ‘육국’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은 얼마 전 현장을 찾았을 때에도 대부분 두려움으로 지하실에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보부 6국을 당시 집기까지 재현한 ‘기억6 메모리얼관’을 조성했다. 과거 ‘중앙정보부 6국’의 기억을 배우들의 연기와 증언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재구성한 영상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메모리얼관 바로 앞에는 조선총독부 관사 터가 유구 그대로 공개 설치했다. 유리나 별도의 보호장치 없이 만질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문화재청의 승인 아래 시민들이 역사 현장을 보다 가까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인근 녹지공간엔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를 연상시키는 소나무를 심었다. 이름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로 독립운동가들이 애타게 불렀을 애국가의 정신을 상징한다.
현장 지하엔 인근에 거주했던, 신흥무관학교의 설립자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이 조성 중이다. 서울시는 신흥무관학교 생도 3500명의 이름을 조사해 이 곳에 새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서 총감독은 “누구를 비난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의 민족정신, 군사독재의 인권을 기록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함이다. 남산에서 매 맞았다는 사람은 수천 명인데, 그들을 때렸다는 사람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도 “옛날엔 남산이라고만 해도 대단할 정도로 ‘남산 갔다왔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오늘 돌아보니 숙연해지고, 뭉클해지기도 한다. 우리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며 시민들에게 의미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서해성 서울역사재생총감독이 3일 남산 예장자락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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