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배달료 삭감에 뿔난 라이더들, 쿠팡이츠 갑질 폭로

최소 배달료 3100원에서 2500원 삭감배달 품질 떨어뜨리고 안전사고 우려추가 할증·프로모션 기준 모호 지적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음식배달 플랫폼업체인 ‘쿠팡이츠’가 최근 배달료 체계 변경한 것과 관련해 배달 노동자(라이더)들이 사전 협의없이 불리한 방향으로 가격을 조정했다며 배달 수수료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게다가 난이도별 추가 할증에 대해서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제대로된 금액을 받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라이더유니온은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는 기본 배달 수수료 단가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면서 “쿠팡은 일방적인 배달수수료 삭감 정책을 멈추고 우리와 대화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라이더유니온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이츠가 일방적으로 기본 배달료를 삭감했다며 갑질 규탄 단체행동을 벌였다. 이들은 불리한 배달료 개선을 요청하며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사진/ 이선율 기자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달 25일 오후 배달파트너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메세지를 통해 라이더들에게 3월 2일부터 배달 수수료 실시간 할증 정책 변경안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변경안은 기본 배달 수수료를 최소 2500원에서 최대 1만6000원으로 변경하며 추가 할증도 거리, 날씨 등 난이도에 따라 최대 1만원까지 지급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기본 수수료는 3100원이었지만 최소 가격이 2500원으로 사실상 삭감된 것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이츠의 갑질 행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이날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쿠팡은 다른 배달 대행업체와 다르게 기사가 한번에 여러 배달음식을 묶어 배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달 한건당 2500원을 주면 최저임금도 벌기 힘들다”면서 “음식점에서 가맹점주들에게 기존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된 기본 배달료를 걷고 라이더들에겐 단가를 대린 최소 배달 수수료 2500원을 주겠다는 것인데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음식점에서는 올리고, 배달기사로부터 내린 배달 수수료는 쿠팡이 필요할 때 라이더를 모집하기 위한 프로모션 비용에 쓰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시간 할증정책의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현행 쿠팡이츠의 난이도별 추가 할증 운영방식에서는 최대 금액을 받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위대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올겨울 쿠팡이 1만5000원 상한제를 폐지하겠다고 말했었는데 실질적으로 이 금액을 넘어가본 적이 없다. 받아도 극소수일 것”이라며 “알바 사이트에서도 건당 7100원 시급이 나오던데 실제 피크타임 1시간만 배달하면 7100원이지만 그 외 시간은 3100원의 금액을 받는다. 과장광고를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폭로했다. 이어 “라이더들의 기본 배달수수료를 내리면 한콜을 더 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신호를 위반하거나 난폭운전을 할 상황에 내몰리는 등 안전이 더 위협받는다. 최소 4000원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적정 금액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달수수료에 대한 정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가 콜을 배정받을 때 자신의 배달 수수료가 얼마로 바뀌었는지 예측이 쉽지 않다. 처음엔 5000원으로 알았다가 나중에 콜을 받아서 보면 3100원으로 떨어져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동네 배달 대행사에서도 몇킬로짜리 배달을 어느 지점에서 어디로 배달했는지 확인이 가능한데 쿠팡은 배달시간과 배달수수료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크타임 프로모션에 대해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최대 1만6000원의 피크타임 프로모션 제도가 있는데 배달기사가 1만6000원의 콜을 배정받아도 나중에 정산될 때 이 금액으로 적용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1시간동안 앱접속을 하면 해당 프로모션이 적용되는데 58분, 59분으로 설정돼 배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고발도 나왔다. 김영빈 쿠팡이츠 배달노동자 겸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쿠팡이 사전 말도 이야기도 없이 갑자기 계정을 정지시켜 당황스럽다”면서 “나중에 확인해보니 제 개인카페에 택배송장을 사진으로 올린 걸 가지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문제 삼았다. 당시 택배송장에 적힌 내용은 모두 모자이크해서 올렸는데도 문제삼았다. 예전에 쿠팡이츠에서 산재보험을 가입을 시켜주지 않아 카페에 항의글을 올린 것 때문에 이러는 것인지 의심된다. 또 해고가 돼 쿠팡에 제 개인정보 삭제 요청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삭제가 안됐다”고 말했다. 

 

택배송장의 일부를 웹상에 사진으로 올린 것은 택배 등 배송이 잘갔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공유한 것이라는 게 이 조합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현재 공정위의 자율시정 조치에 따르면 배달 기사가 계약 의무를 위반했다고 사업자가 판단할 경우 계약 해지·프로그램 이용 제한 조치 이전에 사전 통보하고 배달 기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쿠팡의 경우 사전에 이같은 과정이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이 점과 관련해 쿠팡측은 "회사 소속인 택배 기사가 아닌 위탁 개념인 플랫폼 노동자가 고객에게 연락하는 것은 회사 정책상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회사 소속이 아닌 만큼 '해고'가 아닌 '계약 정지' 개념"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배달수수료 논란과 관련해선 쿠팡 측은 “배달 수수료 인하가 아니다”라며 “쿠팡이츠는 기본배달비를 2500원부터 1만6000원으로 폭을 넓히고 거리별 할증을 최대 1만원까지 지급한다. 이는 실질적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개편 후, 고객은 어디서든 따뜻한 음식을 받을 수 있고 먼 거리 주문 배달도 마다하지 않는 배달파트너들은 최대 2만6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더유니온은 오는 8일 공정위를 찾아 쿠팡이츠의 '갑질' 문제 검토를 요청하고 불공정 조항에 대한 개정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선율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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