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고 박원순 전 시장 성희롱은 사실"
피해자 포렌식 및 참고인 진술 등 근거…서울시에 제도 개선 권고
2021-01-25 20:43:42 2021-01-25 20:43:42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박 전 시장)의 비서 성희롱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이 국회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박 전 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했다는 것이다.
 
다만, 인권위는 피해자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한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 내지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기 인정 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아울러 인권위는 서울시가 성희롱 행위를 묵인 혹은 방조한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점은 사실로 보인지만,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박 전 시장과 피해자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라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이외에 피해자가 비서실 직원에게 당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서울시가 사건을 방치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등 2차 피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서울시에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방안 및 2차 피해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여성가족부에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등에 대한 상시 점검을 통해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활동을 충실히 할 것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발생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해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실효성 있는 2차 피해 예방 및 대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상급기관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원칙을 천명하는 선언이나 입장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위와 같은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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