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내 몸이 명백한 증거"
"피해자 있는데 가해자 없는 판결…폐손상으로 죽어간 아이들, 사망 원인 뭐냐"
2021-01-21 15:28:42 2021-01-21 15:28:4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21일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총연합(피해자 연합)은 이날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물질의 독성과 이 물질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한다는 걸 기업들은 인지하고 있음을 재판 과정에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에서 언급된 11명의 피해자 중 9명이 영유아이고 그 중 2명은 사망했다"며 "제품이 원인이 아니라면 폐 손상으로 죽거나 아팠던 아이들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또 "1심 무죄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된 인과관계 증명에서 동물 실험은 절대적 필수 조건이 아니다"라며 "이미 피해자는 존재하고 이 피해자들은 SK와 애경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 제품만 단독으로 사용해 폐 기능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과 살아있지만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몸이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선 김태종 씨가 이마트 제품을 사용하고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첫 입원 한 달 전인 2008년 6월 숨 쉬기 힘들다는 아내에게 짜증낸 일, 2017년부터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아내에게 지난해 입원을 재촉한 일 등을 후회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가해 기업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그에 대한 배·보상이 끝날 때까지 결코 물러서거나 주저앉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는 회견 직후 "추가로 전수조사가 필요한 부분을 전문가와 함께 준비해 검찰에 제출하려 한다"며 "CMIT·MIT 가습기 살균제를 쓴 피해자들이 혈액 체취라든지 조직검사 등으로 훨씬 많은 검사체를 모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 구제 촉구 활동과 전문가 의견서 제출 등을 준비·논의하고 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재판에서 증언한 학자들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과학적 접근법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간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CMIT·MIT와 폐질환 인과관계가 명백한데도, 과학자가 개별 연구에 대한 개별 질문에 확언하지 않은 점이 무죄 근거가 됐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지난 12일 CMIT·MIT 성분이 사망이나 상해, 천식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항소했다.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삼거리에서열린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법원 규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울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