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저성장 고착 우려…"AI·신에너지 투자 지원해야"
과거 1980년대 7.5% 고도 성장
근로시간 단축·IT붐 붕괴 거쳐
기술혁신에도 생산성 증가세 감소
2021-01-21 12:00:00 2021-01-21 12:11:46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한국경제가 2010년대 이후 연평균 2% 남짓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하는 등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된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성장률 하락은 급격한 구조변화보다는 점진적 추세의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등의 투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추세 성장률 하락과 원인'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보면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기준으로 2010~2019년 1인당 GDP는 2.3%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평균 1.4%보다는 높지만 과거 한국경제 성장률보다 매우 낮은 수치다. 
 
한국경제는 1980년대 7.5%라는 높은 고도 성장을 기록했으나 1990년대에 5.5%로, 2000년대는 3.7%로 하락 추세를 이어왔다. 이는 급격한 구조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추세의 하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한은 측은 분석했다.
 
우선 1980년대 후반(7.7%)부터 1998년(4.0%)까지를 1차 하락기로 보고, 이 시기의 추세 성장률 하락은 총요소생산성 요인 둔화와 평균노동시장 감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1989년은 1980년대 중·후반 우리 경제에 호의적인 여건을 조성했던 3저(저유가·저금리·저환율) 호황이 종료된 시점과 일치한다. 또 평균노동시간 감소는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법정 근로시간이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됐다. 
 
2차 하락기는 2001년(4.4%)부터 2010년대 초반(2.0%)까지로 봤다. 이 시기에는 2000년대 초반 IT붐이 꺼지면서 둔화된 설비투자와 총요소생산성 요인 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2010년대 총요소생산성 둔화는 활발한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증가세가 감소하는 현상을 일컫는 생산성 역설에 관한 논의와도 맥을 잇고 있다.   
 
이남강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0년중반 이후 총요소생산성 둔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생산성역설에서는 일반목적기술이 생산성을 높일 순 있으나 실제 가시적으로 표출되는 시기와는 갭이 있어 보완적 혁신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일반목적기술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딥러닝을 포함하는 AI와 기후변화로 주목 받기 시작한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정책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반목적기술이란  증기기관, 전기, 철도, 컴퓨터 등과 같이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의미한다. 
 
다만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는 가시적인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는데 실행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지출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잠재적 일반목적기술에 대한 보완적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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