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기도가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의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문제를 공론화한 건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후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지방정부가 목소리를 낸 사건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엔사를 건드린 건 남북 교류협력 문제는 물론 한미관계에도 직접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기도가 15일 성남시 글로벌 R&D센터에서 개최한 'DMZ의 평화적 활용과 유엔사 관할권 문제 토론회'에서 이 지사는 기념사를 통해 유엔사의 DMZ 관할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의 관할구역 안에 도정 업무공간 하나 만드는 것도 유엔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게 서글프고 안타깝다"면서 "유엔사의 조치가 적절했는지도 문제지만 그보다 유엔사 승인 권한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대한민국 최대의 접경지를 관할하는 지방정부이기 때문에 평화는 도민의 직접적 생명과 관련된 문제"라며 "경기도가 남북 교류협력을 중심적으로 추진하고 9·19 남북 합의를 실질적 이행하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평화문제·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유엔사는 유엔의 정식 기구가 아닌 미국의 특정 군대일 뿐이며, 유엔사의 DMZ 관할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엔사 문제를 지적하는 건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을 건드리는 것이라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이런 맥락에서 이 지사가 유엔사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건 한미관계 개선을 대선 아젠다로 제시하는 한편 북한에 대화카드로 내밀 수 있다는 의지가 엿보인 대목이다.
실제로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8일 미국 대통령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평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이 상호존중하는 한미동맹과 한미관계의 발전을 기원한다"며 "당면 과제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력과 내년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지방정부 수장이 미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남북 문제와 한미 연합훈련 연기 등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경기도 파주시 철책 너머로 북한의 개성특별시 일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경기도가 "남북이 DMZ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까지 밝힌 건 이 지사가 다른 대선주자와는 차별화된 한반도 전략을 선점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라는 말도 나온다. 앞서 이 지사의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도 지난해 10월 한반도 접경지역을 교류협력의 공간과 거대 경제권으로 활용하자는 '한반도 메가리전' 전략을 들고나온 바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존의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만으로는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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