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아동학대 방지에 대한 법과 제도를 현장에서 뒷받침 할 전문기관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현장을 조사한 뒤 학대 여부를 판단하고 사례까지 관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는 전국 226개 시군구 중 30% 수준인 68곳에 불과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소속 상담원이 1명당 5~60가정을 맡아 업무량이 과중됐다. 전담 인원을 충원하고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입법조사처의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 보고서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2020년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수는 68개소다. 전국 226개 시군구의 30% 수준이다. 2012년 46개소에서 2018년 기준 62개소, 2020년 기준 68개소로 꾸준히 늘긴 했지만, 아동학대 사례가 급증하는 것을 다 소화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적어도 2개 시군구마다 1개소로, 현재 2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에서 서울시 관계자들과 시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부족은 상담원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졌다. 상담원 업무량은 약간의 편차는 있었으나 1인당 5~60가정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정규 근로시간 내 업무수행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같은 과다한 업무량은 아동학대 문제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했다. 입법조사처는 "결과적으로 근속기간은 2년 안팎에 머물러 이직률이 높았다"며 "높은 이직률은 전문성을 갖춘 인적자원의 상실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10월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했지만 정부 권고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24개 가운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1명인 곳은 종로구·중구·서대문구·마포구·양천구·관악구 등 6곳이다. 나머지 18개는 2명 이상이다. 정부에서는 아동학대 신고 건수 50건당 전담공무원 1명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3571건)를 고려할 때 전담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과 전담 인원 충원, 예산 확보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죽을 때마다 전수조사도 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그것이 작동하려면 사람과 돈이 필요한 것"이라며 "인력과 예산 지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예산 필요성을 주장한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아동학대 방지와 관련한 예산 증액을 주장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에 예산을 늘리기는 했지만 그 보다 더 늘리는 게 맞다"며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려면 체계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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