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8년 경기 고양시에서 발생한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해 실화 혐의를 받는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5단독 손호영 판사는 23일 실화 혐의로 기소된 디무두 누완씨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손 판사는 "피고인이 풍등을 날린 행위를 과실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결과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사건의 피해의 규모, 과실 정도, 피고인에 대한 탄원 내용, 그 밖에 국내에서 처벌받은 점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누완씨는 2018년 10월7일 오전 10시30분쯤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저유탱크에 화재를 발생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누완씨가 날린 풍등이 저유소 근처 잔디에 떨어져 풍등의 불씨가 건초에 붙었고, 저유탱크의 유증기에 불이 옮겨 붙여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누완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실화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는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됐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해 해당 경찰관에게 주의 조처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8년 12월26일 "경찰이 신문 과정에서 사실상 자백을 강요하는 등 강압적으로 수사해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와 인격권을 침해했고, 외국인 노동자의 이름, 국적, 나이, 성별, 비자의 종류 등 민감한 인적사항을 언론사에 노출해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했다"면서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2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저유소 화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 아니냐'고 하거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의 이름 일부, 국적, 나이, 성별, 비자의 종류를 언론사에 공개해 신원이 주변에 드러나도록 한 것은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10월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진행된 화재 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경찰 관계자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풍등과 동일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