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사건 누명' 윤성여 씨, 국가 상대 손배소 예고
"앞으로 저 같은 사람 안 나왔으면...개인적 용서와 법적 책임은 달라"
2020-12-17 16:04:02 2020-12-17 16:05:5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내몰린 지 31년만에 누명을 벗은 윤성여 씨가 17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방침을 밝혔다.
 
윤씨는 이날 수원지방법원에서 자신의 살인혐의 재심 무죄를 선고 받고 "31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아 감회가 벅찬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를 토대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할 방침이다. 윤씨 변호인은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비록 윤씨 스스로 당시의 여러가지 과오가 있던 담당자들을 개인적으로 용서한다고 했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윤씨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변호인단에게 일임했다"며 "제가 개인적으로 용서한다고 법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정제)는 이날 윤씨 살인 혐의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을 열고 “과거 수사기관의 가혹 행위로 결국 잘못된 판결이 선고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 경찰의 불법 체포와 감금, 가혹행위로 윤씨가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고 제출된 증거 역시 객관성이 없어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진범으로 드러난 이춘재의 범행 경위와 피해자 집안 구조 등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선고 직후 경찰도 입장문을 내고 "재심 청구인을 비롯한 피해자, 가족 등 관련된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하여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책임성과 공정성 확보 방안으로 내외부 심사 제도와 인권보호 장치 마련 등을 약속했다.
 
앞서 재심 사건을 맡은 검사들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하고 윤씨에게 사과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 당하고 숨진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간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재심은 이춘재의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청구했다.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8차사건의 범인으로 투옥되어 20년간 복역한 윤성여씨가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은 뒤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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