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경기 화성시 등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2일 법정에서 "진범이 맞다"고 진술했다. 이춘재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것은 첫 범행이 있었던 1986년 이후 34년 만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진행된 이춘재 연쇄 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공판기일에서 이춘재는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춘재는 이 사건 재심을 청구한 윤성여씨의 변호인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맞나"고 묻자 "예, 맞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가석방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로 가석방 가능성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나"란 질문에는 "그런 생각은 했지만, 사건이 영원히 묻힐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언젠가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의 DNA를 채취해 갔다"며 "이 때문에 경찰에서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범죄를 저지를 당시 현장에 대해 은폐라든지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DNA를 채취하고, 금방 경찰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경찰은 바로 찾아오지 않았고, 그 때문에 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후 숨진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성여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까지 범행을 인정한 윤씨는 이후 항소심부터는 고문을 당해 허위로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판결 확정 이후 수감생활을 하다가 감형된 윤씨는 20년 만인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가 사건을 자백한 후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이춘재는 지난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난해 10월 돌연 화성 살인 사건의 진범이 본인이라고 자백했다. 경찰은 재수사 끝에 이춘재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화성시와 수원시 등에서 총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9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2일 오후 1시30분부터 진행된 8차 사건의 재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 501호 법정.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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