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서 윤성여씨 무죄 구형ㆍ사과
검찰 “진범 아닌 점 명백히 확인” 사죄
윤씨, 경찰 향해 “그들을 용서한다”
2020-11-19 20:55:21 2020-11-19 20:55:21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검찰이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에게 무죄를 구형하고 사과했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19일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진범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히 확인된 이상 무죄를 선고해주길 바란다"며 윤씨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윤씨가 1988년 9월 16일 발생한 해당 사건 범인으로 지목됐지만, 재심 청구 이후 이춘재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오류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재심 사건을 맡은 검사 2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씨를 향해 고개 숙여 사죄했다.
 
윤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당시 경찰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법수사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수사관행이었다는 식으로 남의 얘기를 하듯이 말했을 뿐"이라며 "국과수 감정 결과도 결론 도출 과정이 상식적으로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법정을 통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의심하지 않은 검사와 이를 가볍게 판단한 법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윤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당시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들을 용서했다. 그는 "제가 아무리 20년 옥살이를 했어도 성경에 용서라는 단어가 나온다. 만 번이고 백 만 번이고 용서하라고 한다. 그들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에서 윤씨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누명 쓴 일을 회상했다. 그는 출소 후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도와준 사람들을 언급하며 긍정적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윤씨는 “이번 재판이 끝나면 저는 좋은 사람으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며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재판이 끝나면 어머니를 찾아뵐 예정이다. 약해빠진 아들이 강해졌다고 세상 앞에 당당하게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만약 무죄 판결이 나면 누구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선고기일은 다음 달 17일 오후 1시 30분 열린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 당하고 숨진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간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재심은 이춘재의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청구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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