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제의 운명이 코로나19를 맞아 더욱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진 가운데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사업이 호황을 맞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경영 방식 차이로 갈등을 겪다 박 회장이 2010년 금호석유화학을 계열 분리해 독립하면서 완전히 갈라선 바 있다.
17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 4분기 전년 동기보다 1049.1% 급증한 203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65% 증가한 1조22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이 이처럼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주력인 합성고무 사업이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위생장갑 수요가 늘면서 라텍스 장갑 소재 NB라텍스가 실적을 이끌었다. 수요가 계속해서 늘면서 가격 또한 높아졌는데 업계에 따르면 NB라텍스 스프레드는 지난해 톤당 90달러 수준에서 올해 360달러까지 4배가량 뛰었다. 스프레드는 석유화학 업계 수익 지표로,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값을 뺀 것을 말한다.
나아가 금호석유화학이 내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B라텍스를 비롯해 다른 주력 제품인 아크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폴리스티렌(PS), 비스페놀A(BPA), 아세톤 마진 또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은 업체들이 이미 가동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렸음에도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올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의 운명이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박찬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덕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 계열 분리한 후 2016년부터 타이어용 고무 대신 NB라텍스 생산을 늘려왔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과 지분을 나눠 갖고 있던 금호피앤비화학 지분을 모두 인수한 것도 도움이 됐다. 금호피앤비화학은 소독제 원료인 아세톤 등을 주로 생산하는 계열사다. 박 회장은 올해 초 비핵심 사업인 반도체 소재 사업은 SK머티리얼즈에 과감하게 매각하는 등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
반면 박삼구 전 회장은 코로나19로 올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획이 한차례 무산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인수를 추진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코로나19로 당분간 회사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아시아나항공 매입 계획을 접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을 좀처럼 찾지 못하면서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했고 현재는 라이벌 항공사인 대한항공으로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 강서구 소재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뉴시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두 항공사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겠다는 방침인데,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출범 3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으로의 매각이 엎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인 금호리조트를 팔게 됐는데 이 또한 동생 박 회장에 넘어갈 위기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리조트가 매물로 나오자 적극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혀온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 중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호반건설, 동양건설과 국내 자산운용사 2곳이 실사 기회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금호리조트가 그룹의 유산인 데다 골프 사업에 대한 박 회장의 의지도 큰 만큼 금호석유화학이 적극적으로 인수전을 완주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박 전 회장이 여러모로 동생에 밀리는 가운데 앞날도 첩첩산중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총수 일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며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은 내년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수난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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