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자금 마련 적법"(종합)
"경영상 목적 따라 필요 범위에서 결정…경영진 지배권 방어 목적이라 보기 어려워
2020-12-01 15:23:27 2020-12-01 15:49:4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방식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낸 사모펀드 KCGI 측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이 사건 신주발행은 상법 및 한진칼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한항공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지난 11월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대한항공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유일한 국적 항공사로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로써 당면한 재정상 위기를 타개함은 물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 한진칼이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극심한 재무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존속을 위해서는 언제라도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한 점은 분명하다"면서 "한진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가 무산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긴급하게 대여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주발행을 추진한 것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주주연합이 제시하는 대안적 거래 방식들은 신주발행에 대한 충분한 대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한진칼이 이 사건 신주발행을 결정한 것은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서, 그에 따라 주주연합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는 것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산업은행의 지분 참여와 한진칼의 신주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이 거래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항공산업구조 개편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 정책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산업은행은 의결권을 가진 주주로서 한진칼 경영에 참여, 감독함으로써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이러한 취지에서 한진칼과의 교섭 과정에서 한진칼에 대한 지분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진칼로서도 이와 같은 산업은행의 제안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주연합이 주장한 한진칼의 지배권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주발행이 진행될 경우 한진칼에 대한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신주발행이 한진칼의 지배권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꾼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은행을 한진칼 현 경영진의 우호 주주로 보고 지분율을 계산하더라도, 한진칼 현 경영진 측의 지분율이 과반수에 이르지는 않기 때문에 채권자 주주연합은 지분 매수나 소수주주와의 연대를 통해 얼마든지 경영권 변동을 도모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주주연합은 지난 11월18일 법원에 한진칼이 KDB산업은행에 하기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같은 달 25일 심문기일을 열고 신주 발행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신주 발행의 대안에 대한 양측 의견을 청취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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