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당장 경찰공무원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에요"
26일 오전 11시쯤 찾은 동작구청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검사 줄은 동작구청을 한 바퀴 돌고도 부족해 뱀이 똬리를 튼 모습과 흡사했다.
검사인원은 얼추 눈으로 봤을 때만해도 500명을 육박했고, 연이어 검사를 받으러 온 주민들이 계속해서 행렬이 이어졌다. 구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검사자가 계속 들어오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동작구청에서 노량진과 남성사계시장 일대 모든 이용자와 종사자, 주민들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서 줄이 길게 이어진 것이다. 동작구는 이번 임용단기 학원 집단 감염으로 동작구청 선별진료소를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무료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작구청에서는 검사 대상 인원이 수천인지 수만인지 감을 잡지 못한 채로 노량진 지역시설을 이용한 모두에게 검사를 권고했다. 곳곳에 '혹시 나도? 코로나 걱정되면 바로, 동작구청 선별진료소 방문하세요'라는 커다란 현수막도 보였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25일 897명이 검사를 받았고, 오늘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앞으로 몇 명이 받을지 예상은 안해봤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주민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동작구청 선별 진료소에 대기자들이 줄을 서고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특히 노량진은 고시생·수험생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밀폐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이번 집단 감염 역시 밀폐된 공간에서 생긴 것이다. 이날 4시 기준 369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때문에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고조된 모습이었다. 기자가 다가가자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리며 타인과 접촉을 꺼리기도 했다.
동작구청내 선별 진료소에는 필기 노트를 들고 온 학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는 A씨(29세)는 "바쁜 기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구청의 연락이 와서 받게 됐다"며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내년 3월로 예정된 시험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된다면, 남은 기간 동안 다시 본가로 들어가서 공부를 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작구청 선별 진료소의 길이 너무 길어 되돌아가는 수험생도 보였다. 이 수험생은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재수생 B씨(20세)는 "1시간 가까이 줄을 서고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수업 시간도 촉박하고, 오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일 다시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 학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표진수기자
주로 노량진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주변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상인들은 빈 매장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스마트폰만 들여보고 있었다.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집 상인 여성 C씨(56세)는 "오프라인 수업이 줄다 보니 당연히 학생들이 줄어들었다"며 "점심시간 때면 눈코뜰새없이 바빴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학원들이 수강 인원을 제한한 탓이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 학원은 시설 면적 8㎡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거나 두칸 띄워 앉아야 한다. 다른 방법은 4㎡당 1명으로 하거나 한칸 띄워 앉을 경우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상인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하게 되면 학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는 걱정 때문이다.
학원가 앞에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상인 D씨(62세)는 "보통 학생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도 거리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그때 되면 나라도 무서워서 장사하러 집 밖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폐업으로 인한 휴업과 가게를 임대를 내놓은 곳도 보였다. 가장 좋은 상권을 꼽히는 9개 출구 중 1~2개의 가게가 휴업 또는 임대 스티커를 붙여놓기도 했다.
임대를 내놓은 가게 모습. 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