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해운업계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이와 달리 후방산업인 조선업은 수주 부진으로 일감 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6일 기준 1664.56으로 전주보다 8.8% 상승했다. 이는 2009년 10월 집계 이후 가장 높다. SCFI는 매주 금요일마다 발표되는데 최근 3개월간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매주 연 최고치를 경신했다.
운임이 상승하는 것은 해상 물동량이 늘어난 반면 이를 운반할 컨테이너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대규모 락다운(봉쇄)이 다시 시작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면서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특히 전 세계 놀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1.6%에 불과하다. 100척 중 1.6척만 운항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년 동기 4.5%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에 국적선사인
HMM(011200)이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임시선박 4척을 투입하며 국내 수출입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선박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해운업계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HMM
이처럼 모처럼 호황을 맞은 해운업과 달리 후방산업인 조선업은 시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10월 누계 선박 발주량은 115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주력으로 수주하는 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발주량이 평균 39% 떨어졌다. 1만2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은 단 9척만 발주돼 58% 하락했다. 1만4000㎥급 LNG선은 25척으로 29%, VLCC는 18척으로 31% 감소했다.
이에 올해 수주 실적도 저조하다. 한국은 올해 377만CGT(107척)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중국은 522만CGT(251척), 일본은 105만CGT(69척)를 확보했다. 국내 조선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1년에 최소 900만~1000만CGT를 수주해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올해는 전세계 누계 발주량이 1000만CGT를 겨우 넘겼다. 발주시장이 얼어붙다 보니 자국 발주를 앞세워 일감을 확보하는 중국 조차도 계약을 따내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찾아올 일감 부족 위기다. 현재 전 세계 수주잔량은 6734만CGT로, 연초(8086만CGT)보다 17%나 빠져나갔다. 이는 2003년 12월 6593CGT 이후 최저치다. 사실 남은 일감만 놓고 보면 조선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은 2016년보다 더 어려운 셈이다.
이렇다 보니 지역사회에선 실직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진다. 조선업 근로자들은 2016년 불황 여파로 구조조정 한파를 겪은 바 있다. 이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에 거제시는 조선업 일자리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는 지역 조선소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을 구축해 조선업 고용 위기 극복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한 물량이 많지 않아 내후년에 일감 부족이 현실화할 것"이라며 "올해 남은 2개월 동안 발주가 늘어난다고 해도 한국 수주량은 500만CGT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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