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오랜 기간 부진의 늪에 빠졌던 백화점 업계가 최근 고객 증가와 함께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근 수년간 백화점 업계는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으로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같은 오프라인 업태 중에서는 특유의 쇼핑 접근성을 내세운 편의점에게도 주도권을 내주는 등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는데요. 
 
점점 심화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에 따라 명품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이를 주력으로 다루는 백화점의 경쟁력은 다시금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판매에 치중한 기존 백화점 틀에서 벗어나 고객 체험형 콘텐츠 공간을 대폭 늘리고 있는 점도 부진 탈출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주요 23개 유통 업체 매출은 1년 전보다 7.7% 증가한 1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온라인 매출은 16.5%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은 오히려 1% 감소하며 큰 편차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오프라인 채널들 중 백화점은 4.8%로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내림세를 기록한 대형마트(-11.7%), 기업형 슈퍼마켓(-0.2%)은 물론 소비쿠폰 여파로 소폭 상승세를 보인 편의점(0.9%) 역시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또 9월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총 매출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16.6%로 파악됐는데요. 이는 53.8%를 차지한 온라인, 16.8%의 편의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특히 편의점과의 격차는 0.2%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소비 양극화에 명품 판로 경쟁력 강화…체험형 콘텐츠로 집객 효과 증대
 
사실 이 같은 백화점 채널의 약진은 사뭇 이례적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백화점은 주요 취급 품목들의 단가가 어느 채널들보다도 높아 소비자들의 부담이 큰 채널입니다. 또 소비쿠폰의 수혜를 입은 편의점처럼 특별한 호재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일단 업계는 점차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점이 다시금 백화점 업계의 선전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저가 제품을 주로 다루는 다른 채널들과 달리 백화점의 경우 명품을 비롯해 고가 브랜드 제품들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요. 이 제품군의 신뢰도가 다른 채널들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는 겁니다. 
 
실제로 산업부도 지난 9월 백화점의 매출 상승과 관련해 주얼리 등 고가품의 판매 호조 지속, 식품군 매출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는데요. 세부적으로 해외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12.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이커머스 채널들이 명품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백화점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 역시 제기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명품은 워낙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같은 측면에 있어 백화점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의 경우 다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과 비교해 고가 브랜드 제품, 패션 등에 있어 차별화된 편익을 제공하는 점이 주효한 상황"며 "한편으로는 다른 오프라인 업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도 백화점을 두드러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화점 업계가 고객 체류를 늘리기 위한 체험형 콘텐츠를 대폭 늘리고 있는 점도 한몫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최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업체들은 너저분한 매대 공간을 최대한 삭제하고 과감한 리뉴얼을 통해 집객 효과 높이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추세인데요. 
 
롯데의 '스위트 홀리데이(Sweet Holiday)', 신세계의 '뮤지컬 원더랜드(Musical Wonderland)', 현대의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ATELIER DE NOËL)' 등 이달을 전후해 업계가 크리스마스 콘텐츠 공간 마련 강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이들 업체는 너저분한 매대 공간을 과감하게 줄이고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텔링, 체험, 인증 등을 아우른 공간 조성을 통해 다양한 수요층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는 추세인데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에서 백화점 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고객을 늘려야 한다. 이는 업의 본질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며 "즐길 거리가 많다면 다양한 계층이 방문할 수밖에 없고, 이들의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에 비례해 소비 확대 가능성도 커진다. 이를 감안한 업계의 마케팅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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