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상정·의결했지만, 당초 발의안에 포함됐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규제·진흥 기능은 빠지면서 유료방송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방송 규제 비대칭 문제가 이번에도 해소되지 않은 채 방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다만 정부가 향후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 논의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의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을 범여권 주도로 의결했다. (사진=뉴시스)
본래 법안의 취지는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해 방송·통신뿐만 아니라 OTT까지 통합 관리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OTT를 둘러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최종 법안에서는 OTT 관련 조항이 제외됐는데요. 현재 OTT는 과기정통부 뉴미디어정책과가 콘텐츠 진흥 업무를 맡고, 방통위와 문체부도 협의체를 운영하며 정책을 나눠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료방송 업계는 OTT 규제·진흥 기능이 빠지면서 규제 불균형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12일 "요금제 제한, 콘텐츠 편성 규제 등 유료방송이 받는 제약이 OTT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며 "OTT 규제·진흥 기능이 빠진 것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가입자 이탈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현재 IPTV·케이블·위성방송이 송출 수수료 협상, 광고 규제, 의무 재송신 등 각종 규제를 받는 반면, OTT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규제 환경 속에서 유료방송은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고 OTT는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는 3636만명으로, 상반기보다 2만명 가까이 줄며 두 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0~2024년 동안 연평균 5.4% 상승했습니다.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OTT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7.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기도 한데요.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통합미디어법 논의 당시에도 OTT 규제가 거론됐지만 현재는 답보 상태"라며 "산업의 침체 속 OTT 규제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소관 부처를 일원화해 신속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성순 배재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 시장 위기 심화에 따른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 토론회에서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OTT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앞서 학계에서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 시장 위기 심화에 따른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유료방송은 가입자 감소, 낮은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 OTT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유료방송은 여전히 점유율·요금 등 과도한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OTT는 부가통신사업자로만 분류돼 규제가 미미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OTT와 유료방송 간 균형을 맞추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업계 일각에선 후속 조치를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도 존재합니다. 또 다른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으로 OTT 규제·진흥이 빠진 것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정부가 유료방송 규제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 논의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가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케이블TV 30주년 기념식 & 2025 케이블TV방송대상'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KCTA)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케이블TV 30주년 기념식 & 2025 케이블TV방송대상' 축사를 통해 "비록 글로벌 OTT의 확산이라는 큰 도전을 마주하고 있지만, 케이블TV가 지닌 공공성과 지역성은 여전히 큰 장점"이라며 "정부는 케이블TV가 자유롭게 경쟁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 합리화와 제도 개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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