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조기 대선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조국혁신당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무산 수순을 밟을 전망입니다. 민주당이 오픈프라이머리 참여를 사실상 거절한 데 이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진보당 후보들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혁신당의 승부수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진보당 "명분도 현실성도 없다"…민주당도 경선 박차
제21대 대통령선거(대선)에 출마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8일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당내 경선이 시작된 상황에서 (오픈프라이머리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참여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기 대선 기간이 촉박하고 내란 세력 준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응과 투쟁을 해나가며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참여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강성희 전 진보당 의원도 "오픈프라이머리 참여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현실 가능성이 없고 명분상 맞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김 대표와 강 전 의원은 이날 각각 서울 광화문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강 전 의원은 "이번 대선은 진보당과 민주당으로의 한국 정치 재편을 위해 출마했다"며 "(민주당과) 같이 힘을 합쳐 '내란 세력을 저지해야 된다'는 것보다 진보 정치 목소리를 분명하게 국민들 속에서 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보당은 이달 8일 선거인명부를 확정 짓고, 10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해 15~19일 투표, 19일 개표로 최종 대선 후보를 뽑을 계획입니다.
앞서 민주당도 에둘러 오픈프라이머리 참여 거절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각 당에서 대선 후보를 정한 이후 야권 후보를 단일화해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 "8년 전에 나왔던 얘기"라며 "당시 문재인 후보는 헌법 원리에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얘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금 130만명이 넘는 권리당원이 있고, 일반당원만 해도 한 500만명 정도 된다"며 "그 당원들의 후보선출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민주당은 경선 과정에서 흥행몰이를 통한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 측면을 고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하기에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이미 국민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토론과 정책 홍보로도 충분하다"며 "인위적으로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루이틀 사이 출마 후보 윤곽이 나오면 민주당 경선 계획도 확정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 대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실성 떨어진다"…2006·2012·2015년에도 '무산'
제1야당인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으면 오픈프라이머리 흥행은 어렵습니다. 윤석열씨 파면으로 '이재명 대세론'이 더욱 견고해진 가운데 민주당이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이유는 없습니다. 진보당 등 소수정당 또한 오픈 프라이머리 대신 막판 후보 단일화를 통한 지분 획득이 더욱 유리한 상황입니다.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는 야권 모든 정당과 후보가 모여 한 번에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후보 단일화'와 달리 대선 공약까지 국민들의 손으로 뽑자는 것입니다.
범야권 후보들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만큼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비이재명(비명)계 인사와 소수정당 후보에게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아성을 흔들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집니다.
실제 2002년 당내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꺾고 본선에 올랐던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의 전신)의 제16대 대선 후보 경선이 국민 참여로 이뤄진 바 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대통령으로 당선됐죠.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현 가능성과 시간문제입니다. 각 당마다 당비를 내며 활동해 온 당원들의 표와 일반 국민의 표를 똑같이 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지적부터 제기됩니다. 이는 당원에 대한 역차별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정당별로 규모 차이가 있어 출마 후보 수, 당원 비율 등에 대한 논의도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의논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대선일이 오는 6월 3일로 정해지면서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당은 빠르게 후보를 선출해 내달 12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해야 합니다.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급부상했던 과거 2006년, 2012년, 2015년에도 같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여러 정당이 당원을 불문해 단일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 않아 (오픈 프라이머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직선거법의 규정은 지켜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헌법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주까지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당의 답변을 기다릴 심산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응답이 없을 경우 이번 주말 당무위원회를 통해 '후속 플랜'을 정할 계획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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