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에서 진행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미뤄지며 양사가 배상금 합의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두 기업 모두 합의금 규모를 두고 양보하지 않으면서 최종 판결 전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당초 계획보다 3주 뒤로 미뤘다. ITC는 연기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여파라는 시선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하기 위해 미뤘다는 해석이 엇갈린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 판결을 받으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되는 배터리 셀·팩과 부품 등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조기 패소 판결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ITC는 LG화학에 구체적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당한 문서와 함께 손실 등을 설명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ITC가 LG화학-SK이노베이션 최종 판결을 미루면서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두 기업은 최종 판결 전 합의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지만 합의금 규모를 두고 이견이 커 협상에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조 단위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SK이노베이션 증거인멸 등 소송을 둘러싼 진실공방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은 부담이기 때문에 두 기업 모두 협상의 문은 열어놓고 있다. 그간 전례를 볼 때 ITC가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에선 예비판결을 뒤집은 사례가 없어 LG화학이 승소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이노베이션은 패소 판결을 받으면 미국 내 사업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합의가 급한 상황이다.
ITC가 SK이노베이션 패소 판결을 하더라도 추가 조사와 공청회를 통해 수입금지 조치는 하지 않을 수 있어 LG화학도 안심할 수는 없다. ITC에서의 소송은 미국 내 수입 금지 여부를 결정할 뿐 민사적 배상과는 관련이 없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이 조 단위의 배상금을 낼 바엔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소송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있다. 현재 LG화학은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공장 증설과 차세대 제품 개발에 쓰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으로,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두 기업 모두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단 입장이지만 대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만큼 이견은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결 전에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 이후에 합의해도 ITC의 수입 금지 조치는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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