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2주 연속 1위에 올라 전 세계를 놀래킨 BTS가 지난주엔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으며 3주 연속 1위를 놓쳤으나 이번주 다시 1위로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단한 가수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엔터)의 주식 상장 공모가 산정을 두고 제기되는 고가 논란에 마치 ‘공모가 말고 우리를 봐’라는 듯이 엄청난 기세를 과시했다.
빅히트엔터의 공모가는 확정됐다. 희망가격 범위의 최상단인 주당 13만5000원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적어낸 가격이 공모가 산정에 영향을 미쳤지만 또 ‘다이너마이트’의 1위 복귀가 이런 거품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상장 후 주가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특히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로 출발해 상한가로 마감하는 ‘따상’, 그 다음날에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빅히트엔터의 공모 청약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물론 상장 후 매수 대기자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모가 확정으로 빅히트엔터가 모집하는 주식 713만주의 총액은 9625억원어치가 됐다. 빅히트엔터는 이 돈으로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는 데 5050억원, 콘텐츠 세계관을 만들고 팬덤 문화 확산에 투자하는 데 1949억원, 채무상환에 200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성장 전략은 회사의 몫이고, 여기에서는 공모청약과 상장 직후 주가의 향방에 대해서만 관심을 좁혀보겠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청약을 앞두고 BTS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다시 복귀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미국 NBC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했던 BTS의 모습.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공모를 위해 발행하는 713만주 중 우리사주조합 배정물량을 뺀 570만주, 또 이중에서 20%인 142만주만 일반 청약자들에게 배정됐다. 이 주식을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공모주 713만주에 기존에 발행돼 있는 주식 2671만6192주(보통주)를 더하면 상장 후 발행주식 수는 3384만6192주가 된다.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우선주 177만7568주도 있어 사실상 이를 합산해 따지는 것이 타당하지만 일단 공식 자료에 기준하면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4조5692억원이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동시호가 주문을 받아 공모가의 90~200% 범위에서 결정된다. 가격을 높인 매수주문이 많을 경우 200%, 즉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2배로 출발하면 시총은 9조1384억원로 뛸 것이고 거기에서 다시 상한가로 직행해 ‘따상’을 기록한다면 11조8800억원이 된다.
빅히트엔터가 지난해 올린 연결실적은 매출액 5872억원, 영업이익 984억원, 순이익(지배주주) 738억원이었다. 공모가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62배다. 올해 실적이 증가한다면 PER은 이보다 낮아지겠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2939억원, 영업이익 497억원, 순이익(지배주주) 31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빌보드차트 1위도 정복했으니 하반기 실적이 급증할 수 있다. 순이익 1000억원을 찍는다면 어떨까? 그래도 PER은 45배로 다른 기획사들보다 높다.
물론 이제 당당한 업계 선두니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45배를 쳐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초가 더블이나 ‘따상’일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따상’으로 시총 11조8800억원이 되면 PER 160배다. 이쯤이면 공모가 산정 때 비교 그룹에 넣은 NAVER, 카카오가 아니라 테슬라를 끌어와야 할 판이다.
다음날에도 상한가로 올라 ‘따상상’이 된다면? 어차피 10조원이나 15조원이나 딴세상 얘기라 별 의미가 없다.
밸류에이션은 접어두고 폭발적인 매수 주문에 의한 급등을 예상하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BTS의 팬덤 ‘아미’ 효과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우선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경쟁률은 1117대 1이었다. 수요예측 신청가격 분포를 보면, 희망가 상단이 많았지만 범위를 초과한 가격을 제출한 기관은 3분의 1 미만, 3분의 2는 희망가 범위 75~100%에서 냈다. 이 분포를 과거의 양식으로 보면 13만5000원 이상이 97.25%로 나온다. 이는 기관 다수가 밴드 상단, 정확하게 13만5000원을 적어냈다는 의미다.
의무보유 확약 신청은 43.85%다. 1개월 확약 수량이 103만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6개월 확약 46만주, 15일밖에 못 참겠다는 물량도 20만주다.
종합하면 기관 수요예측 분위기는, ‘인기 높은 건 알겠는데 더 높은 가격을 쳐주기는 어렵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참고로 상장 첫날 풀릴 수 있는 주식이 1000만주 이상이다.
이같은 분위기라면 상장 첫날 ‘따상’도 쉽지 않고, 기록한다고 해도 장중에 상한가가 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팬덤이 매수에 동참해 주가가 오른다고 해도 초강세를 이틀, 사흘 이어가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올해 화제를 모은 IPO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직후 주가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며 급등했지만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직 시장이 평가했던 주가보다 조금 높지만 상장 전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IPO 팝(POP)’은 해외증시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때만 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실적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이번 빅히트엔터 공모에도 엄청난 자금이 유입돼 1억원을 들고 청약에 참여해봤자 1~2주밖에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공모청약 투자만 유효하며 상장 후 추격 매수는 금물이다.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상장 후 고점에서 매수한 개인들은 엄청난 손실을 떠안았다.
본인이 BTS의 팬 ‘아미’라도 이때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 BTS 멤버들이 주식을 증여받았기 때문에 주가가 높을수록 그들의 평가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이들이 상장 첫날이나 둘째 날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첫날 매수가 BTS 멤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아미’가 빅히트엔터 주식을 굿즈처럼 기념으로 갖고 싶다면 상장 직후에 사지 말고 상장 후 한 달, 최소한 2주는 지나고 나서 매수하길 바란다.
빅히트엔터가 지난해 여름 전에 상장했다면 주식을 실물로 인출해 굿즈로 소유할 수 있었을 텐데 작년 9월16일부터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돼 이제 실물주권은 사라졌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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