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장외주식, ‘대박’과 ‘폭망’ 차이는?
카카오뱅크, 현 장외시세로는 손실 가능성 높아
우량주 싸게 선점해 장기간 묵히는 투자 유효
2020-09-16 12:00:00 2020-09-17 09:12:09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공모주 대박이 잇따라 나오면서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장외시장에서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일부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묻지 마’ 매수로 터무니없는 가격까지 올라 싸게 선점하기는커녕 도리어 바가지 쓸 가능성이 커진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16일 오전 카카오뱅크 주가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가로 12만2000원을 기록 중이다. 이달 들어서만 30% 이상 급등했다. 이는 카카오게임즈가 공모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상장과 함께 공모가(2만4000원)의 3배 넘는 수준까지 오르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장외에 남아있는 카카오뱅크로 옮겨간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여기까지 오르면서 시가총액은 44조5418억원으로 불어났다. 현재 금융업종 중 시총이 가장 큰 KB금융지주가 15조82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가격인 것을 알 수 있다. KB금융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회사의 3배 몸값을 주고 카카오뱅크 주식을 거래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KB금융은 지난해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인 반면 카카오뱅크는 13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이제 막 적자에서 벗어났다. 물론 올해는 상반기 45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이익이 10배 늘어난다고 해도 지금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카카오뱅크가 주식시장 안에서 거래됐다면 이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반대로 해석하면 주식시장 밖이라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크게 올라 시중은행들의 시가총액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카카오뱅크가 이마트와 함께 출시한 '26주적금 with 이마트'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외시장에서도 많은 주식종목들이 거래된다. 대부분 동종 사업을 하는 장내 기업들에 비해 할인한 몸값으로 거래되다가 상장 소식이 들리면 할인폭이 점차 해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이만큼 오르는 과정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이같은 몸값 계산 즉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거나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에 매우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인기 장외주 크래프톤은 카카오뱅크와 차이가 있다. 역시 상장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카카오뱅크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으나 밸류에이션 내용은 딴판이다.  
 
크래프톤은 MMORPG ‘배그’(플레이어 언노운스 베틀그라운드)로 대박을 낸 회사다. 이 게임은 크래프톤의 종속회사인 펍지가 개발, 2018년 5월에 출시해 2년 만에 2000만명 가입자와 글로벌 다운로드 6억건을 돌파하는 등 빅히트를 치며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2011년에 개발한 게임 테라와 또 다른 종속회사 피닉스가 개발한 미니골프킹, 골프킹, 볼링킹, 아처리킹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게임으로 올해 상반기에 올린 매출이 8872억원이다. 80%가 모바일게임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반기엔 온라인(PC게임)이 55%였는데 완전히 역전됐다.  
 
반기 영업이익은 5137억원, 순이익 4049억원으로 2019년 한해 기록인 영업이익 3592억원, 순이익 2788억원을 이미 크게 넘어선 상태다. 
 
순이익을 주식 수(808만2785주)로 나눈 주당순이익(EPS)이 반기에만 5만247원인데, 하반기에 이만큼 더 이익을 낸다면 10만원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크래프톤의 장외 주가는 지난 3월만 해도 4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나 현재 160만원대 후반을 기록 중이다. 계속 오르고 있어 곧 17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4배가 급등했는데도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공모를 진행한다면 신주를 발행할 테니 EPS는 희석되겠지만 현재 상장 게임회사들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경우 무리한 가격대는 아니다. 카카오뱅크와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처럼 장외주식 중에는 고평가된 종목과 저평가된 종목이 섞여 있다. 따라서 카카오뱅크를 지금 12만원 넘게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크래프톤을 지난 3월 이전에 4만원대에 매수하는 것을 두고 ‘장외에서 선점한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즉 매수 가격과 당시의 밸류에이션이 중요하다. 
 
장외기업들은 투자정보가 극히 제한돼 있다. 상장기업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주주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어 금융감독원에 공시를 하지만 장외기업들은 규모에 따라 실적 또는 자본금 변동여부 정도를 공시할 뿐이다. 이로 인해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큰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약점을 감안하고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저평가된 종목이나, 상장이 예정된 종목을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해야 한다. 카카오게임즈도 상장 직전 장외에서 10만원을 넘었으나 최고가 8만9100원을 찍은 후 현재 6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비싸게 주고 사면 안 된다는 투자원칙은 상장주식이나 장외주식이나 똑같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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