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강세를 이어가던 글로벌 증시가 사흘 연속 흔들리면서 변동성지수(VIX) 등 하방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VIX와 VIX를 추종하는 지수상품들이 주가지수 흐름과 어긋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시간으로 9일 새벽 마감한 미국증시는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2.25%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4.11% 급락했다.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성장주들이 큰 폭의 조정을 보인 탓에 나스닥지수는 사흘간 10%나 하락했다.
이에 대한 증권업계의 분석은 분분하다. 그동안의 강세 랠리에 수반되는 조정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버블 붕괴의 신호탄이라는 주장도 있다. 투자자들이 헷갈릴 만큼 의견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고 미국 증시에 비하면 국내 증시는 많이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지만,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에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투자하기 위해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수하고 있다. 또한 그중에서도 일부는 기대수익을 키우기 위해 레버리지 인버스 ETF 이른바 ‘곱버스’를 매수하거나 지수 변동성이 커질 때 주목받는 VIX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VIX는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주가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VIX는 주가지수와는 조금 다른 움직임을 나타냈다. 실제로 주가, 구체적으로 나스닥지수가 계속 오르던 지난 8월 하순에도 VIX가 함께 오르는 현상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돼 있는 VIX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지표다. 즉 옵션 거래 참여자들은 주가지수 상승과는 별개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VIX 투자의 성공확률이 높아지고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에 주목한 투자자들 중엔 VIX 추종 ETF와 ETN을 매수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VIX ETF, ETN의 주가가 VIX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VIX보다 덜 오르고 덜 하락하는 편이다. 게다가 8일 시장가격은 아예 방향까지 반대로 나타났다. 8일 CBOE에서 VIX는 2.31% 오른 31.4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지수 하락폭에 비하면 낙폭이 적었다.
그런데 VIX와 정방향으로 움직이는 ETF 상품인 VIXY 주가는 2.85% 하락한 23.16달러를 기록했다. VIX ETN 종목인 VXX도 2.21% 하락했다. 변동성 확대와 그에 따른 VIX 상승을 예상하고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심상범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에 대해 “옵션 거래자들과 선물 거래자들의 의견이 달라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심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VIX는 옵션 거래 참여자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고 VIX선물을 담는 VIX ETF는 선물 거래 참여자들의 매매의사가 반영되는데, 변동성 확대에 대한 두 집단의 전망이 엇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연구원은 “다만 VIX ETF를 다루는 주체는 기관들이고 옵션 거래 시장은 이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1대 1로 의견이 팽팽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전혀 다른 결과값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ETF를 이용해 VIX에 투자하는 경우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에도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이 내놓은 VIX 추종 ETN이 상장돼 있으나 거래량이 너무 적어 활용 적합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따라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데 주목해 투자하는 경우가 아니라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라면 VIX ETF보다는 인버스 ETF를 매수하는 것이 적합하다. 테슬라, 애플 등 한국보다 훨씬 많이 오른 미국 주식에 거품이 더 많이 끼어있다고 본다면 나스닥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PSQ나 지수 하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SQQQ 등의 종목이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겠다.
심 연구원은 “VIX 추종 상품은 단기간의 변동성 확대에 주목할 때, 즉 단기 투자용으로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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