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올 들어 코로나19 충격으로 빚을 내 현금을 확보하는 상장사가 급증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되자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다. 만기가 긴 장기 차입 보다는 단기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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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 공시'는 지난 6개월간(2월25일~8월25일) 코스피 시장 91건, 코스닥 시장 60건으로 총 15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26건, 52건으로 총 78건이었던 것에 비해 약 두배 늘었다.
통상 자기자본의 10% 이상 단기차입금이 늘어날 경우 상장사들에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단기차입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차입금 상환, 운영자금 조달 등 당장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빚이다. 장기적인 투자나 신사업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 땐 주로 단기가 아닌 장기차입금을 활용한다. 코로나로 당장 운영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단기차입금을 늘린 상장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코스피 상장상들의 단기차입금 증가 건수가 특히 두드러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들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많아 매출이 급격하게 줄진 않았을 수 있으나, 오히려 내수 소비재나 수출기업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코로나 타격을 많이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기차입금을 늘린 코스피 상장사들은 규모가 작아 사내유보금이 적거나 코로나 피해로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들이다.
대형 기업들의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 공시가 7, 8월 들어 줄었지만, 안심할 때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같은 큰 기업들은 유보금이 많이 쌓여있는 편이지만, 작은 기업들은 유보금이 많이 없어서 차입금이 많이 필요할 것이며, 8월에 반짝 줄었다 해도 추세적 흐름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7~8월 들어 '소형'으로 분류되는 상장사들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
한편 코스닥 시장 상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단기차입이 집중된 코스피 시장과 달리 코스닥 시장에선 8월까지도 9건의 관련 공시가 나왔다.
대부분 실적이 부진하고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소형 기업이 단기차입 증가 결정을 내렸다. 8월에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공시한
캔서롭(180400), 제이웨이 등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밖에
네오펙트(290660)는 IoT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정밀기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자비용으로 1분기 영업손실은 122% 증가했다. 이원컴포텍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지만, 코로나로 운송장비 시장이 흔들리면서 역시 1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적자를 지속했다.
다만 운영자금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뚜렷한 단기차입의 경우도 있다. 바이오 진단키트 업체
씨젠(096530)은 지난 10일 자기자본의 22.9%에 해당하는 35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차입했다. 서울 송파구 소재의 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한 것이다.
코스나인(082660) 역시 이달 부동산 취득을 위해 단기차입을 늘렸다. 거래소 관계자는 "목적이 뚜렷한 경우 더 좋은 투자나 사업을 일으키기 위한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엘아이에스(138690)는 원자재 구입 및 운영자금으로 60억원을 차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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