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가 방송을 통해 이혼 후 10년 간 자녀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16일 방송된 SBS 스페셜 ‘아빠를 고발합니다’ 편에는 이혼 뒤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들을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서 10년 전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이다도시가 출연했다. 그는 최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비양육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에 전남편의 얼굴을 공개했다. 이다도시는 이혼 한 지 10년이 됐지만 두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남편에게 받지 못했다고 고백을 했다.
이다도시는 “양육비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좀 기다렸다”며 “이혼 후 정신도 없고 혼란스러워 상대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전히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고 아이들에게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폭로를 했다.
이다도시는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2015년 설립되자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 각종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음에도 전 남편이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주장으로 인해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이다도시는 고심 끝에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전남편을 공개한 것이다.
배드 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운영자 대표는 구모씨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0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는 제보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을 상세하게 올렸다. 이 혐의로 구씨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류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구씨는 지난 1월14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은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상공개를 무단으로 한 것이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악의적인 글, 모욕적인 표현이 없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혼이 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 주요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20일 원심판결에 불복한다는 취지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SBS스페셜 제작진은 신상 공개 후 연락이 끊긴 이다도시의 전남편을 추적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한국 관련 업체 두 곳을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은 전남편에게 연락을 해 입장을 물었지만 “이야기할 게 없다. 개인적인 입장이고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다도시는 “배드파더스에 남편의 얼굴을 공개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아이들과 상의했는데 첫째 아이는 왜 아직도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 아이는 아빠를 완전히 지웠다. 기대조차 없다”며 “둘째는 아직도 어린 마음 속 분노가 많다”고 했다.
이다도시는 “배드파더스에 공개까지 해야 한다는 게 미안하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며 “양육비는 나한테 내야 할 돈이 아니고 우리 애들한테 있는 영원한 빚이다. 나도 대한민국 엄마다. 애들을 위해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의 73%가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양육비 미지급으로 피해를 보는 아동이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서 2015년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만들었다. 지난 해 법원은 양육비 지급 의무 강화를 위해 감치명령 집핸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지난 5월 양육비를 미직브할 경우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할 수 있게 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SBS스페셜로 인해 양육비 미지급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배드파더스의 운영자가 기소될 당시에도 양육비 미지급이 잠시 주목을 받았다. 결국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에 대한 인식보다는 개인 간의 채무로 인식되기 때문에 반짝 주목을 받기에 급급할 뿐이다.
이다도시가 양육비가 개인 간의 채무가 아닌 아이들에 대한 빚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SBS 스페셜’은 이번 방송을 통해 양육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SBS스페셜 이다도시 배드파더스. 사진/SBS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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