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실적 시즌이다. 기업의 2분기 경영 성과가 연이어 발표 중이다. 대다수 기업 실적이 안좋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연초부터 슬금슬금 이슈를 낳으며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가 2분기에도 극성을 부렸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쏟아졌고 소비자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건설업은 비교적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였다. 당장의 수주는 타격을 입겠지만, 진행 중인 공사가 매출을 창출해 현재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는 적었다. 선전하는 ‘K-방역’ 덕에 국내 공사가 중단될 위험도 크지 않았다.
건설업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배원복 건설사업부 대표이사가 지휘하는
대림산업(000210)은 2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매출액은 2조5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영업이익도 2977억원에서 3103억원으로 4.2% 증가했다.
배 대표의 실적 선방은 해외 매출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대림산업의 매출 중 약 83%는 국내에서 나왔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같은 감염 예방 효과로 국내 공사가 중단된 사례는 드물었다. 국내 공사가 안정적인 매출 창구 역할을 하면서 실적 하락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80%대 초반의 낮은 원가율을 유지하고 있고, 자회사 편입효과도 봤다. 합성고무 라텍스 생산업체 카리플렉스와 고려개발이 올해부터 실적에 포함됐다. 연결종속으로 새로 잡힌 자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림산업의 2분기 연결 실적을 받쳤다.
배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이익 1조클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상반기 쌓은 영업이익이 5965억원이다. 하반기 실적을 상반기만큼만 내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가능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림산업의 연간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10조7077억원, 영업이익 1조1935억원이다. 5대 상장 건설사 중 1조클럽 기대감이 있는 건 대림산업이 유일하다. 삼성물산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206억원이고 현대건설은 7785억원, GS건설 7336억원, 대우건설 4491억원이다.
대림산업이 하반기 역시 자회사 덕을 볼 것이란 관측도 1조클럽 유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건설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지난달 초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합병법인
대림건설(001880)은 시공능력평가 17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대림건설이 삼호와 고려개발 때보다 규모가 큰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건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대림산업의 연결실적도 보다 나아질 수 있다.
배 대표의 아쉬운 점은 신규 수주다. 대림산업이 상반기 따낸 수주 규모는 3조2312억원이다. 연간 수주 목표는 10조9000억원이다. 상반기 실적은 목표의 30%에 그쳤다. 그간 쌓아놓은 일감도 줄어들고 있다. 2분기말 기준 수주잔고는 20조812억원이다. 지난해말에는 21조3200억원이었다. 2015년 이후 해마다 감소 중이다.
연간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림산업의 주요 수주 성과는 주택에서 나왔는데 정비사업 강자인 삼성물산 래미안이 복귀했다. 대림산업을 비롯해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삼던 건설사들 사이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 대림산업은 부산을 주시하고 있다. 예정 공사비가 8000억원에 달하는 대연8구역 재개발과 5000억원 규모의 동구 좌천범일구역통합2지구 재개발 등 굵직한 정비사업장이 부산에서 대기 중이다. 수주가 부진한 대림산업에는 필요한 먹거리들이다.
향후 수주 선점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점도 부산의 중요성을 높인다. 하반기 부산의 한 사업지에서 수주전에 이기면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니 이후 나올 정비사업도 따낼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부산 정비사업에 관심이 높을 때 수주전에서 이기면 이를 발판 삼아 인접 단지의 수주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 사진/대림산업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산업 본사. 이미지/대림산업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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