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금보다 은·천연가스가 더 뛰었다
금 22% 오르는새 은 36% 급등…제도권 들어온 비트코인도 '들썩'
2020-08-06 13:00:00 2020-08-06 14:49:0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달러 약세에 영향 받은 금 가격 상승이 은과 천연가스 등 다른 원자재 뿐 아니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도 전이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보다 이들의 가격 상승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선물거래시스템(Globex)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금 선물가격(8월물)은 트레이온스당 20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물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거래는 대부분 9월물로 옮겨갔지만 하루 전 사상 처음으로 2000달러를 돌파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금 가격 강세는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 시중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공급하면서 미국 달러의 가치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대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그램 단위로 거래되는 금 현물가격이 한때 8만원을 넘어서는 등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금에 대한 편애를 보여주던 투자자들은 이제 금에 비해 덜 오른 다른 실물자산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그 영향으로 은과 천연가스 시세는 물론 비트코인까지 뛰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금 가격이 상승한 데 이어 은 가격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 가격은 금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다가 7월 하순부터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5일 CME에서 거래된 은 선물(8월물)가격은 트레이온스당 26.877달러를 기록한 뒤 9월물에서 26.89달러로 올라 거래 중이다. 
 
은 가격은 금이 사상 최고가에 다가선 시기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7월 넷째주가 시작된 20일부터 8월5일까지 20일간의 상승률로 비교할 경우 금 가격은 12.22% 오른 반면 은 가격은 36.40%나 뛰었다. 금 가격 상승률의 3배에 달하는 급등세로, 같은 기간 코스피가 5.17%, 코스닥이 8.35% 상승한 것에 비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적이다.  
 
은 수요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금으로부터 유동성 수혜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물자산 급등세는 귀금속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장기간 약세를 보이던 천연가스까지 나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가격은 2018년 11월 100만Btu당 4.84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 6월26일 1.48달러를 찍을 때까지 계속 흘러내렸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공급 과잉이 가격을 끌어내렸다. 이후 7월부터 1달러 중반대에서 횡보하는가 싶더니 8월3일 2.19달러로 껑충 뛰었다. 지난달 20일 이후 상승률로는 33.54%인데, 최근에 급등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을 이 정도나 끌어올릴 뉴스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상승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소폭 개선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했으나 천연가스가 장기간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를 해소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같은 기간 배럴당 40달러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는 국제유가(WTI)와도 다른 흐름이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금과 은 등 전통적인 실물자산에 집중하고 있다면, 젊은층은 유동성 수혜의 답을 비트코인에서 찾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의 비트코인 인덱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금처럼 천천히 상승하다가 7월27일 하루만에 11% 급등하면서 9932달러에서 1만1000달러대로 단숨에 올라섰다. 20일간 비트코인 상승률은 은과 천연가스에는 미치지는 못했지만 금보다는 높은 27.44%였다. 
 
비트코인 시세가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6월1일 이후 처음이다. 3월에는 다른 주식들처럼 팬데믹 영향을 받아 5000달러 아래로 추락했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최근 1만달러를 넘어선 이후에도 과거처럼 시세가 급등락하거나 거래가 폭증하는 투기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내년 10월부터 암호화화폐 매매 차익에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동성 확대, 달러 약세의 파급효과가 실물자산 전반에 퍼질 경우 아직 덜 오른 자산들의 가격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주목한다면 길목 지키기 투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다수 실물자산 가겨글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 등이 국내와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화폐의 경우 이들 가격을 추종하는 ETF를 만들고 싶다는 금융투자회사의 신청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거절한 탓에 주식시장에서 관련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암호화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만들고 직접 매수해야 한다. 
 
금과 은, 천연가스, 비트코인 등이 들썩이는 것은 공급 축소, 수요 증가 등 근본적인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유동성에 따른 상승이므로 핫머니의 변덕에 의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달러 약세를 되돌릴 만한 요인이 없어 이같은 흐름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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